마스다미리(益田 ミリ), 「47都道府県 女ひとりで行ってみよう」
고시엔구장은 마치 해리포터의 9과 3/4 플랫폼 같았다. 속을 열어보면 어마어마한 광경이 열릴 듯 했다. 실제로 이곳은 1924년에 개장을 했으니 90년의 일본 야구 역사가 녹아 들어 있는 장소다. 선수, 감독, 팬들의 땀과 눈물, 기쁨과 환희, 흥분과 격분 등 숱한 감정들이 뒤범벅된 곳이리라. 고시엔 구장을 가게 된 것은 20여 년간 야구팬으로 살아온 남자친구가 들려준 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일본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즈의 '커널 샌더스의 저주' 이야기. 1985년 한신 타이거즈가 21년 만에 센트럴리그 리그에서 우승을 하자, 기쁨에 취한 한신 팬들은 도톤보리강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선수들의 얼굴을 닮은 팬들이 차례로 강에 뛰어들었는데, 외국인선수였던 랜디 배스 선수를 닮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KFC 할아버지, 커널 샌더스를 닮았다고 하며 팬들은 샌더스 할아버지를 그대로 뽑아 강에 던졌다. 그 이후로 한신타이거즈는 성적부진에 시달리게 되고, 이를 '커널 샌더스의 저주'라 부르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이날은 시간운이 유난히 좋지 않아) 내가 탄 고시엔구장행 버스는 오후 5시에 도착했고, 고시엔구장역사관은 5시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렇게 크지 않은 야구장을 겉에서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2009년 저주를 풀기 위해 KFC 할아버지는 도톤보리강에서 구조(?)된다. 한 바퀴 돌곤 강에서 건져진 커널 샌더스 동상이 전시되어 있다는 KFC 한신고시엔점을 찾아가 보았다.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어보니, 약 3년간 전시된 적이 있었으나 작년에 본사로 가게 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사온 마스다 미리의 일본여행기책 「47도도부현 여자 혼자 가보자(益田ミリ 47都道府県 女ひとりで行ってみよう) 」에 마침 한신 타이거즈 팬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오사카 출신, 도쿄에서 거주하는 마스다 미리는 2003년 (한신타이거즈 리그 우승의 해) 도톤보리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러 흥분이 가득한 오사카로 향한다. 보고 있으면, 소란을 피우는 집단은 3그룹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은 한신타이거즈의 진짜 팬들. 응원도구를 들고 롯코오로시(한신타이거즈 응원가)나 선수들의 응원가를 합창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집단이 셋 중 가장 얌전하다. 다음으로는 물건을 파괴하는 그룹…. - p.56-57 마스다미리(益田 ミリ), 「47都道府県 女ひとりで行ってみよう」 (幻冬舎文庫) 中 책을 읽으니 나도 오사카 에비스교에서 도톤보리강으로 뛰어드는 한신 팬들을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책은 이미 간사이에서 돌아온 이후 읽게 되었고, 여행중에 읽었어도 이미 프로야구 시즌이끝난 시기였기 때문에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시기가 조금씩 어긋난 만남들이 오히려 새로운 풍경을 보게 했다. 이런 경험으로 (매사 조급증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져다 줬다고 위로하며, 한신칸의 밤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