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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신체 (body)

게시자: Moonee Lee, 2013. 10. 5. 오후 10:46   [ 2013. 10. 6. 오전 4:57에 업데이트됨 ]

** 이 글은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 몇 권을 읽고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져든 평범 독자입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습니다또 평범한 독자이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작품을 평가할만한 역량은 되지 않습니다 빠져들었기 때문에 다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우호적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독자 분들은 해당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몇 개 문장을 발췌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방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또 기억력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혹여나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거나제멋대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에는 몸이 조금 불편한 캐릭터가 자주 그려진다.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육손이라든지, 손가락이 하나 없는 여성이라든지...

하지만 그런 신체에 대한 묘사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캐릭터에 신체의 불편함이 없다면 오히려 더 '불완전'했을 느낌까지 준다.

거부감 없이 묘사하는 조금 특별한 신체의 모습들. 
하루키 소설 또 하나의 키워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p. 78 “응, 여덟 살까지는, 그해에 난 손가락이 아홉 개가 되었거든. 그 이후로는 아무도 혼동하지 않아.”…. 
여덟 살 때 진공청소기의 모터에 새끼 손가락이 끼어서 잘려 나갔어.”
“지금은 어디에 있지?”
 “새끼 손가락 말이야”
“잊어버렸어, 그런 걸 물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하루키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남자주인공은, 레코트점에서 일하는 한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는데, 그 여자는 손가락 하나가 없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251 “그럼요, 정말 으스스했죠. 깨끗한 천 주머니에 조그만 마요네즈 병 같은 것이 들었는데, 작은 손가락 두 개가 액체 위에 떠 있는 겁니다…”

역에서 일하는 쓰쿠루는 한 역장으로부터 분실물 중 ‘손가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손가락이 잘린 여성이 등장하는 데, 혹시 그 여성의 손가락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왜 이런 것을 고민하지?) 2개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아! 그 여성의 손가락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태엽감는 새. 1: 도둑까치 편
<태엽 감는 새>

p.33 “친척 중에 손가락이 여섯 개 있는 사람이 있어요.”
p.35 “유방이 네 개 있다면?”
“그런데 아까 얘긴데,아저씬 손가락이 여섯 개인 여자라면 결혼해도 괜찮은데 유방이 네 개인 건 싫다고 그랬죠?”

다시 기묘한 신체 이야기… 오카다는 근처에 사는 한 여학생과 친분이 쌓이게 되는데, 그 여자아이가 오카다에게 건넨 질문이다. 
6개의 손가락과 4개의 유방. 혹시 <색채가 없는 다자키…>에 나오는 손가락이 메이의 친척의 것이 아닌가?

(어느샌가부터 나는 하루키 소설 속 잃어버린 손가락 주인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p. 90 나는 연말, 시부야의 혼잡한 인파 속에서 시마모토와 똑 같은 모습으로 다리를 저는 여자를 보았다.

다리는 저는 것을 빼면 완벽한 외모, 센스있는 옷차림, 말이 통하는 여성. 
‘완전한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는 여성으로 그려진 시마모토. 

하지메에게는 그 걷는 모습 조차 미워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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