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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음악 (music)

게시자: Moonee Lee, 2013. 10. 5. 오전 7:13   [ 2013. 10. 6. 오전 5:06에 업데이트됨 ]

** 이 글은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 몇 권을 읽고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져든 평범 독자입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습니다또 평범한 독자이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작품을 평가할만한 역량은 되지 않습니다 빠져들었기 때문에 다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우호적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독자 분들은 해당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몇 개 문장을 발췌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방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또 기억력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혹여나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거나제멋대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소설가로 데뷔 하기 전 재즈바를 운영했었다. 
그의 첫 등단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역시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쓴 단편이다. 
소설가가 되고 나서는 재즈바를 닫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78-79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내가 아는 여자애가 자주 그 곡을 쳤거든.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p. “넌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기억해?유즈가 자주 치던 곡이었는데.”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된 곡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4명의 친구들을 잃고,그 중에서 한 명의 친구(유즈)를 자살로 잃은 쓰쿠루가 유즈가 어떻게 죽었는지,또 자신은 왜 그 모임에서 퇴출되어야 했는 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소설. 쓰쿠루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마지막에 이 곡을 기억하는 지 묻는다. 기억을 못하는 친구도 있고, 가끔 이 곡을 듣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만큼 이 곡에 대해 집착(?)을 가진 인물은 없다. 짙은 그리움이 담긴 곡이다.


태엽감는 새. 1: 도둑까치 편

<태엽감는 새>

(1권) p. 7 로시니의<도둑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그것은 스파게티를 삶는 데 안성맞춤인 음악이었다.

<도둑까치> 서곡이 몇 분이길래 스파게티 삶는 시간이라고 하지? 찾아 보니 10분 정도이다. 스파게티도 보통 10분 삶는다. 
소설 첫 부분부터 주인공 오카다는 한 여성으로부터 끈질지게 전화를 받는데, 여성은 ‘10분의 시간을 달라’ 요구한다. 
10분, 10분, 10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십 분'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못했는데, 음악을 찾아보고, 또 스파게티에 대해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10분이라는 장치는 소설에서 꽤 중요한 시간의 길이였던 것이다.

음악을 들어보니, 뭔가... 10분 후면 완성될 김이 모락모락나는 스파게티가 기대되게 하는 곡이랄까?
 





(이 부분에 대한 참고로...) 히라노요시노부作 <하루키 하루키>를 읽어보니, <태엽감는 새>의 첫 장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완전 다른 소설 탄생의 근원지라고 한다.

p.106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의 주인공인 '하지메'는 원래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의 첫머리에 걸려 오는 정체불명의 전화는, 구체적으로 이즈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된다.








p. 164 내가 문을 열었을 때에는 마침 <하와이언 웨딩 송>이 끝나고, <캐내디언 선셋>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주인공 오카다는 세탁소에 들릴 때마다 그 곳에서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별 것 아닌 소재 같지만 세탁소라는 장소의 설정은 소설의 스토리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키와 같이 오카다씨도 굉장히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듯?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탁소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단번에 알 수 있는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p. 19 시마모토 아버지의 레코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였다.

소설은 주인공 남자와 3명의 여자가 관계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마모토라는 여자친구와 음악과는 소설 내용 중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p.321 내가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시마모토가 생각나기 때문이라는 것과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그 곡은 이제 예전만큼 내 마음에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시마모토와의 사랑이 확실히 끝난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바의 피아노연주자에게 이 곡을 더 이상 연주하지 말도록 한다. 글 속에는 쿨~하게 ‘시마모토가 생각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옛 연인과의 스토리가 담인 곡이므로 들으면 슬프기 때문 아닐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p. 57 “신청곡은 비치 보이스의 <캘리포니아 걸스>,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곡이지요. 어떠세요? 짐작이 가나요?”

주인공의 옛 사랑과 관계되어 있는 음반.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주인공의 나이 19살, 당시 이 글을 집필했을 때 하루키의 나이 29살. 
젊음이 담긴 곡의 생생함이 작품과 정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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