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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o of Brown (글린 딜런 作)


대영도서관에서 공부하기, 그리고 NAO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대영도서관(British Library)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본래 대영박물관 안에 있던 도서관은 박물관 내에서 증축이 어려워지자 1973년에 영국국립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하고 1997년에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였다. 장서량으로 미국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과 전세계 1,2위의 다투며, 유고한 역사를 자랑한다. (1753년에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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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도서관(British Library)


상설전시실 세익스피어와 미켈란젤로 전시코너 맞은편에 비틀즈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 작은 한 칸의 전시에서 좀처럼 떠나기 어려웠다. 

비틀즈 멤버들이 직접 쓴 가사, 낙서, 쪽지 몇 점이 전시되어 있다. 부족한 영어실력을 모두 동원하여 어떤 내용인지 꼼꼼히 읽고 머리에 담으려 최선을 다했다. (사진 촬영이 불가)

특히 재미있던 엽서는 존 레논이 초창기 함께 음악활동을 했던 친구 스튜어트 서트클리프(Stuart Sutcliffe)에게 쓴 엽서. 삐뚤삐뚤한 글씨와 익살맞은 스케치가 인상 깊었다. 

한글로 된 고서 됴웅전(새 활자 시대 2기 때 나온 한글 소설 방각본이라고 한다.) 등 우리 나라 고문서 몇 종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아들을 데리고 온 한 아주머니가 오랫동안 지켜 보면서 'like a box!'라고 말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음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서양인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모습에 '활자 문화를 논할 때 한글이 빠질 순 없지'라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면서, '이것도 장물인가?' 씁쓸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공간이었다.

도서관 입구 쪽에서는 특별 전시회 'comics unmasked art & anarchy in the uk'  발길을 붙잡는다. 들어가볼까 하다, 입장료가 부담스러워서 전시회는 들어가보지 못하고 전시회 앞에 열린 서점에서 만화책을 들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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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 unmasked art & anarchy in the uk 


유독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가 있어 책을 열자마자, '사서 읽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글린 딜런 (Glyn Dillon) 작가의 작품  'The Nao of Brown'이라는 만화책. 만화의 주인공 28살 여성 나오(nao)는 일본인과 영국인 부모를 둔 혼혈아다. 강박장애에 시달리고 있지만, 디자이너의 꿈, 완벽한 사랑을 찾고자 하는 꿈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스토리 도입부에 런던의 운하풍경이 한 컷 그려 있는데, 이 곳을 바로 전 날 지나가 보았다는 이유 하나로 마치 나와 운하가, 이 작가와 내가 운명적인 인연이 있는 듯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나와의 연관 짓기로 무언가 살 핑계를 만들곤 했다. 그 연관성이란 때론 굉장히 유치하고, 타인의 공감을 못 얻을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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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Nao of Brown의 책표지와 10페이지 운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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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리젠트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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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중심에서 북쪽에 위치한 리젠트 운하(Regent's canal) 라고 하는 길이 13.8km의 운하는 '리틀 베니스'라는 애칭을 가진 곳이다. 런던에 살고 있는 언니가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런던의 다른 어느 명소보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곳이었다.

19세기 초에 건설된 리젠트 운하는 이미 수송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베니스처럼 배를 띄워 관광코스로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걸은 구간(빅토리아 파크 주변 루트)은 관광지라는 느낌보다 현지인들이 조깅을 하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삐 이동을 하거나, 또 실제로 물위에 주거형 배를 띄워 살고 있는... 생활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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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House boat)에서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잘 때 흔들흔들하여 숙면을 못 취하진 않을까? 전기는 어떻게 들여놓지? 화장실이랑 샤워실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와~ 이 집은 정말 잘 꾸며 두었다! 등등

이런 나의 오지랖 넓은 생각을 읽힌 것일까? 오가는 사람들이 인사말을 건네기도 하고, 개를 산책시키는 할아버지는 "우리 개는 무서운 아이가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라며 싱끗 웃는다. '우왓 무섭게 생겼어~'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어떻게 읽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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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MATION
리젠트 운하 (Regent's canal)
: 제가 걸은 곳은 빅토리아 파크(victoria park) 부근 루트였습니다.
관련 홈페이지: https://canalrivertrust.org.uk/canals-and-rivers/regents-canal

대영도서관 (British Library)
주소: 96 Euston Rd London NW1 2DB
홈페이지: http://www.bl.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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