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찬란한 과거! 1930년대 시간여행 상하이영시낙원 上海影视乐园
역사적·정치적으로 많은 곡절을 겪은 상하이, 중국의 자랑이기도 하고 부끄러움이기도 했던 상하이라고 하는 도시…
동양의 다른 도시보다 앞서서 서구문물이 유입된 상하이는 화려한 와이탄 풍경과 세련된 서양식 건물들로 발전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범죄, 마약, 음모 등이 팽배한 어두운 도시이기도 했다. 또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기에 자부심에 차 있으면서도, 늘 정치도시 베이징으로부터 받는 '속물'이라는 질타에 위축되기도 하는… 그런 양면적인 얼굴을 지닌 도시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 전까지, 상하이는 동양에서 가장 화려했던 도시였음은 분명하다. 이 시기 상하이는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외국인들과 중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모던보이, 모던걸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났고, 그들은 영화와 커피를 즐기며 밤에는 댄스홀 문화를 향유했다.
가장 화려했던 1930년대 상하이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상하이영시낙원(上海影视乐园)이다. 1998년 10월에 준공한 상하이영시낙원은 유원지이자, 드라마, 영화 세트장이다. 상하이 중심가로부터 서남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진 차둔(车墩)에 위치해 있다. 1930년대 상하이를 당시 모습 그대로 구현해 두어, 수 백 편의 드라마, 영화, 광고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대표작으로 주성치의 [쿵푸 허슬], 주윤발과 홍금보가 출연한 [대상해], 양조위와 탕웨이가 출연한 [색, 계] 등이 있다. 차둔 촬영장, 차둔 세트장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 한·중·일 3국의 주먹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방영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의 예고편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배경인데…’ 했는데, 바로 상하이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명소인 상하이영시낙원이었던 것이다. 상하이영시낙원의 즐길거리 3가지를 소개해 본다.
1. 현재와 과거, 난징루를 비교해보자
▲ 상하이영시낙원 정문
상하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번화가 난징루(南京路, 남경로). 현재도 ‘상하이 최대 번화가’라는 타이틀은 여전한 채,
▲ 여전히 화려한 상하이의 난징루
상하이영시낙원 안에서 가장 정교하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 바로 ‘난징루’이지 않을까 싶다.
남경로는 바로 상업의 장이었다… 1908년 최초의 전차 노선이 남경로에 가설되어…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도 이곳에서 많은 장면이 촬영되었다. 영시낙원의 난징루를 걷다 보면 영화에서 느낀 거리풍경의 감흥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치 주인공이 된 마냥 긴장하게 된다.
▲ 올드 상하이 밤문화 상징 파라마운트 댄스홀. 중국이름으로는 백락문(百樂門)이다.
▲ 파라마운트는 현재도 상하이 시내에서 영업중이다.
▲ 영화 [색, 계]에서 나온 전차는 677번? 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같은 전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영화 [색, 계]에서 왕치아즈(탕웨이分)가 첩보활동으로 알아낸 정보를 광위민(왕리홍分)에게 전달하는 장소이기도 한 전차 안 풍경
2. 상하이식 골목길, 눙탕을 걸어보자
왕안이의 소설 [장한가]는 1940년대 미스상하이로 선발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왕치야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스쿠먼이 즐비하게 서 있는 골목은 상하이 골목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에 속한다. 저마다 널따란 저택이 위용을 자랑하듯…
소설을 읽으며, 상하이 시민들이 사는 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 궁금했다. 일찍이 도시화가 진행된 상하이에는 이미 20세기 초부터 고급맨션, 고층빌딩이 많이 있었고, 부유한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은 신식건물에 거주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대단한 곳에 산 것은 아니다. 조계지가 형성된 이후, 갑자기 늘어난 인구가 살만한 주거여유가 없자 상하이에는 유럽의 연립주택형 건축양식이 도입되었다. 좁은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지은 2~3층 집인데, 작은 뜰과 돌문을 가졌고 '스쿠먼 (石库门, 돌문집)’이라 불리었다. 또 그 스쿠먼이라는 가옥형태가 이룬 좁은 골목길을 ‘눙탕(弄堂)’이라 하였다. 스쿠먼과 눙탕은 상하이 특유의 거주 문화로 자리잡았다.
상하이영시낙원에 조성된 스쿠먼와 눙탕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내가 이런 곳에 살았다면…’ 상상하며 거닐어 보았다. 조금은 답답해 보이지만, 어깨가 스칠 정도로 골목이 좁고, 안이 쉽게 들여다 보일 정도로 이웃집과 가까워 나름 정겨웠을 것 같다. 베이징의 후통(베이징 특유의 좁은 골목길)과 닮은 듯 하지만, 보다 서양의 영향이 느껴지는 또 다른 분위기다. 특히 창문이나 아치형 돌문에서 그런 면을 많이 볼 수 있다.
3. 중국에서 느끼는 서양의 향기, 프랑스 조계지를 구경하자
상하이영시낙원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만한 점은 ‘중국 같지 않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 1930년대라고 믿기 어려운 세련된 프랑스 조계지를 복원해 둔 곳이 있다. 현대의 상하이에도 ‘신톈디(新天地, 신천지)’라고 하여 프랑스 조계지 모습이 일부 남아 있지만, 고급상점들과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서 있어 이미 굉장히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상하이 조계지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역시 상하이영시낙원이 아닐까?
상하이에는 영국,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많이 들어와 조계를 이루고 살았지만, 프랑스 조계지에는 다른 나라의 조계지들과 다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 조계는 완연히 다른 풍경을 보여 주었다. 중심가를 따라 전차를 타고 프랑스 조계로 들어올수록, 하비로는 조용한 분위기로 바뀌어 갔다.
복원된 조계지를 돌아보면, 동양과의 이질감도 크게 느껴지지만 곳곳에 문화가 흐르고 있었음을 조금은 실감할 수 있다.
번외. 볼만한 상하이탄 공연,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촬영현장 엿보기, 클래식카(?) 구경하기
상해영시낙원에서는 하루에 두 차례 ‘상하이탄(上海滩)' 공연이 열린다. 중국어를 못 알아 들어도 배우들의 몸 움직임이 현란하고,
넓디 넓은 상하이영시낙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촬영현장을 꽤 여러 번 목격할 수 있다.
▲ 입구에는 오늘의 촬영일정이 적혀 있다.
▲ 촬영 중인듯, 역사극 속 복장을 한 사람들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상하이영시낙원에는 ‘차고’가 하나 있는 데 그 안에는 시대극에서나 나올 법한 옛날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찰나의 현재, 단편적인 도시 풍경만을 보고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아쉬운 여행자에게 상하이영시낙원은 상하이의 과거를 선물하는 듯했다.
INFORMATION
주소: 上海市松江区车墩镇北松公路4915号 입장료: 성인 80위안, 어린이 40위안 개관시간: 8:30 – 16:30 (상하이탄 공연은 10:30, 13:30) 홈페이지: http://www.shfilm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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