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여유를 부렸던 여행이었나. 아니면 그 와중에도 바쁘게 다녀서 이미 가볼 곳은 다 갔던 것인가. 4일간의 간사이 여행 마지막 날. 나는 반나절의 시간이 생겼다.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가 팬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난 팬더를 엄청 좋아한다.)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쥐와 내가 고베시에 있는 오지동물원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는 사자들이 엎드려 있는 곳에 지금은 팬더 '탄탄'이 무기력 하게 퍼져있다. 영화 속 오지동물원 장면과 내가 본 오지동물원은 무려 30여년의 시간이 벌어져 있다.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나의 모습과 탄탄의 모습이 겹쳐져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원래 '싱싱'이라는 수컷이 함께였으나, 2010년에 죽었다고 한다. 따라서 '탄탄' 혼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데 늘 우울한 자세로 뒹굴거리고만 있다고... 한 마리 들여오기가 그리도 힘들다고 하는 팬더인데, 꽤 오지인(?) 이곳에 팬더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알아보니 1973년 고베시가 중국의 톈진시와 일본-중국 간 최초로 우호도시 협정을 맺은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 듯하다. 협정 이후 팬더연구와 관련한 여러 교류를 진행하다,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이 고베를 덮쳤다. 이 때 고베 시민, 특히 아이들을 위해 고베에서 팬더의 공동연구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고베시의 요청을 중국에서 받아들여 오지동물원에 팬더가 살게 되었다고 한다. Information 가는 법: 한큐선 오지코엔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개장시간: 3월~10월, 9:00 ~17:00 / 11월 ~ 2월 9:00 ~ 16:30 (매주 수요일, 12월 29일~ 1월 1일 휴관) 입장료: 어른 600엔 (고등학생 이상) / 학생 무료 홈페이지: http://www.kobe-ojizoo.jp/ 너무나도 울적해 보이는 팬더가 돌아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빨리 다른 팬더 친구가 오길 간절히 바라며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산노미야역(三ノ宮駅)으로 향했다.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역시 산노미야역에서 주인공 내가 버스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며 끝을 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