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음악 (music)

投稿日: Oct 05, 2013 2:13:30 PM

** 이 글은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 몇 권을 읽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져든 평범한 독자입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습니다. 또 평범한 독자이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작품을 평가할만한 역량은 되지 않습니다. 또 빠져들었기 때문에 다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우호적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독자 분들은 해당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몇 개 문장을 발췌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방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 또 기억력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혹여나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거나, 제멋대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소설가로 데뷔 하기 전 재즈바를 운영했었다. 

그의 첫 등단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역시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쓴 단편이다. 

소설가가 되고 나서는 재즈바를 닫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78-79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내가 아는 여자애가 자주 그 곡을 쳤거든.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p. “넌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기억해?유즈가 자주 치던 곡이었는데.”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된 곡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4명의 친구들을 잃고,그 중에서 한 명의 친구(유즈)를 자살로 잃은 쓰쿠루가 유즈가 어떻게 죽었는지,또 자신은 왜 그 모임에서 퇴출되어야 했는 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소설. 쓰쿠루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마지막에 이 곡을 기억하는 지 묻는다. 기억을 못하는 친구도 있고, 가끔 이 곡을 듣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만큼 이 곡에 대해 집착(?)을 가진 인물은 없다. 짙은 그리움이 담긴 곡이다.

<태엽감는 새>

(1권) p. 7 로시니의<도둑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그것은 스파게티를 삶는 데 안성맞춤인 음악이었다.

<도둑까치> 서곡이 몇 분이길래 스파게티 삶는 시간이라고 하지? 찾아 보니 10분 정도이다. 스파게티도 보통 10분 삶는다. 

소설 첫 부분부터 주인공 오카다는 한 여성으로부터 끈질지게 전화를 받는데, 여성은 ‘10분의 시간을 달라’ 요구한다. 

10분, 10분, 10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십 분'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못했는데, 음악을 찾아보고, 또 스파게티에 대해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10분이라는 장치는 소설에서 꽤 중요한 시간의 길이였던 것이다.

음악을 들어보니, 뭔가... 10분 후면 완성될 김이 모락모락나는 스파게티가 기대되게 하는 곡이랄까?

 

(이 부분에 대한 참고로...) 히라노요시노부作 <하루키 하루키>를 읽어보니, <태엽감는 새>의 첫 장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완전 다른 소설 탄생의 근원지라고 한다.

p.106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의 주인공인 '하지메'는 원래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의 첫머리에 걸려 오는 정체불명의 전화는, 구체적으로 이즈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된다.

p. 164 내가 문을 열었을 때에는 마침 <하와이언 웨딩 송>이 끝나고, <캐내디언 선셋>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주인공 오카다는 세탁소에 들릴 때마다 그 곳에서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별 것 아닌 소재 같지만 세탁소라는 장소의 설정은 소설의 스토리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키와 같이 오카다씨도 굉장히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듯?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탁소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단번에 알 수 있는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p. 19 시마모토 아버지의 레코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였다.

소설은 주인공 남자와 3명의 여자가 관계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마모토라는 여자친구와 음악과는 소설 내용 중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p.321 내가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시마모토가 생각나기 때문이라는 것과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그 곡은 이제 예전만큼 내 마음에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시마모토와의 사랑이 확실히 끝난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바의 피아노연주자에게 이 곡을 더 이상 연주하지 말도록 한다. 글 속에는 쿨~하게 ‘시마모토가 생각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옛 연인과의 스토리가 담인 곡이므로 들으면 슬프기 때문 아닐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p. 57 “신청곡은 비치 보이스의 <캘리포니아 걸스>,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곡이지요. 어떠세요? 짐작이 가나요?”

주인공의 옛 사랑과 관계되어 있는 음반.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주인공의 나이 19살, 당시 이 글을 집필했을 때 하루키의 나이 29살. 

젊음이 담긴 곡의 생생함이 작품과 정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