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초가와 와가. 

하회는 상류층 전통과 민중적 전통이 대립적인 관계 속에 있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작은 초가와 규모 있는 와가들로 대비되는 가옥의 분포는 하회의 대립적 전통 곧 반상의 두 전통 곧 반상의 두 전통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해 주고 있다.

-p.129 '안동 하회마을' (임재해 | 대원사, 빛깔있는 책들) 

와가와 초가가 잘 어우러져 있던 안동 하회마을의 한 집이 떠올라 그림에 담았고, 지난 주말 다시 가서 그 집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이순신 동상이 광화문 한복판에 서 있다. 

한반도의 '영웅'을 떠올리라 하면, 

열에 아홉이 이순신을 떠올린다. 

그런 이순신을 한눈에 알아보고 

평생 그의 후원자였던 인물이 있다. 

서애 류성룡. 

그를 낳은 마을이 

바로 안동의 하회마을인 것이다. 

안동하회마을주차장매표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를 잇고 살아온 동성(同姓) 마을이다.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에"라고 하여, 

마을은 본래 안씨, 허씨, 류씨가 함께 살았다. 

김해 허씨가 터를 닦았고, 그곳에 광주 안씨가 집을 짓고, 풍산 류씨가 잔치를 벌였다는 뜻이라 한다. 

풍산 류씨는 고려 말에 마을로 오게 되었다. 

안씨, 허씨도 함께 있던 마을에서 류씨 가문이 겸암을 낳고 서애를 낳고 ... 

류씨 집안이 점차 번영함에 따라, 현재 다른 성씨의 가구는 단 한 집도 남아 있지 않다. 

가을빛을 한껏 머금고 있던 날. 

안동엘 갔다. 

그것도 세 번이나. 

벼가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고, 

그 위엔 가을빛이 내려앉았다. 

우선 부용대에 올라 마을 전경을 보지 않으면, 

하회(河回) 마을이란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나가는 모습을 부용대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동글동글한 지붕이 모인 동그란 마을을 

맑은 물이 돌고 돌아 흘러가고 있었다. 

부용대입구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옥연정사의 풍경 넷.

부용대는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두 인물, 

조선의 유학자 겸암 류운룡과,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책을 읽고, 후학을 양성한 겸암정사, 옥연정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화천이 마을을 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돌다가 방향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곳에 옥소가 있는데, 옥연정은 이 소의 남쪽에 있으므로 소의 맑고 푸른 물빛을 따서 옥연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 p.102-103 '안동 하회마을' (임재해 | 대원사, 빛깔있는 책들) 中

마을과 동떨어진 이 고즈넉한 정자에서 류성룡의 명저 '징비록'이 탄생하였다. 

부용대와 화산

부용대에선 마을 동쪽으로 동그랗게 솟아 있는 나지막한 화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발 271m의 낮은 이 화산의 지맥은 충효당의 뜰까지 이어져 있다. 

충효당은 바로 류성룡의 고택. 

퇴계 이황이 류성룡을 가르치면서 “이 청년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라며 감탄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류성룡은 1564년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임진왜란 당시엔 이순신, 권율 등 명장을 기용하고, 군제 및 조세 제도 등을 재정비하였고,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류성룡과 충효당

충효당을 마주보고 양진당이 있다.

대종가 양진당은 겸암 류운룡의 자손이 대를 이어 가고 있다. 

형제의 집이 서로 사이 좋게 마주보고 있는 것. 

류성룡보다는 덜 알려져 있으나 형 류운룡 역시 대단한 인물이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서당을 열었을 때 제일 먼저 찾아가 배움을 청하기도 하였고, (동생도 함께 데려갔다.) 의금부도사, 한성판관 등 중직을 지냈다. 학문적으로도 우수한 자질이 있어 '겸암집' '오산지' 등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양진당

충효당과 양진당, 두 집은 대단한 인물 둘을 낳았다는 후광이 있기 때문인지... 

기품이 느껴졌다. 

사실 이미 두 차례나 다녀온 안동을 다시 가고자 떠올린 계기는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헛제삿밥'이 나왔기 때문이다. 

안동의 유생들이 쌀밥을 먹고 싶어, 

헛(거짓으로) 제사를 지내고 제수음식을 나누어 먹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향토음식. 

추석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손이 많이 가는 제삿밥이 눈 앞에 쫙 차려지니 입에 침이 한 가득. 

생선까스도 있고, 정통 제삿밥은 아니지만 배불리 먹었다. 

제사상에 올리지 않은 음식도 함께 먹으며 음복을 하여 '헛제사'라 했단 유래도 있다고 하니,

생선까스도 나쁘지 않다. 

내륙지방인 안동까지 오기 위해 염장을 하여 운반했다고 하는 안동 간고등어도 한 마리도 척. 

먹음직스럽게 올라와 있다. 

요즘 같이 냉장기술이 잘 발달한 때에 당시 염장의 옛 맛이 남아 있을까 싶지만, 

헛제삿밥도 간고등어도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어 좋다. 

광화문조차 시멘트 가루가 날릴 것 같이 

새 것으로 가득한 요즘.

안동 하회마을의 존재는 오롯하다. 

가을. 

끝자락이 오기 전에 

농익어 아름다운 

하회마을로 가자! 

그리고 안동엔, 간고등어로 짭짤해진 입맛을 달달하게 달래줄 맘모스 제과도 있다. (http://mammothbake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