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군산 (gunsan)
군산여행 스케치
ㅡ '8월의 크리스마스' 속 그곳 ㅡ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 p. 11 '탁류' (채만식 저 | 소담출판사 | 2004.04.20) 中
채만식의 '탁류'의 배경이기도 한 군산,
여행은 생각해보니 벌써 3번째다.
짬뽕을 좋아하기 때문에.
갈 때마다 날씨가 좋지 못해,
짬뽕으로 몸을 녹이고 금강을 따라 드라이브하다
좀처럼 볼 수 없던 철새를 기다린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봄이 다가오는 이번 주말의 군산행은
잠시 일본여행을 다녀온 듯
이국적이었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일본인들의 도시였다.
당시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이 상당히 남아있고,
신흥동, 영화동 등은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걷다 보면 나무로 지어진 주택에서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왜 군산이었을 까.
군산이야말로 최적의 수탈 전진기지였기 때문이다. 전북, 충남 일대의 광활한 곡창지대의 쌀을 값싼 가격에 끌어오기에 최적지였다는 점, 군산 앞바다에서부터 금강 상류까지 이르는 막대한 상권을 차지하여 일본의 값싼 공산품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
- p. 36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강석훈, 구단비, 노현식 외 2명 | 2014.06.13) 中
먼저 '근대역사박물관'에 가서 휘리릭
군산의 일제강점기 역사를 익혔다.
박물관 바로 양옆엔 마치 이론수업을 마치고 실습에 들어가듯, 일제의 건물유적이 남아있다.
'구 군산세관 본관'은 1908년에 준공한 건물로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을 수입해서 지었다고 한다. 유럽풍의 느낌이 물씬 나는 데, 1990년대까지도 세관건물로 사용했다. 바로 옆에 새로운 세관건물이 서 있었다.
'구 18은행 군산지점'은 현재 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군산내항을 그린 작품의 따뜻한 색감을 눈에 담고,
현재 모습을 나란히 두게 된다.
군산의 유명빵집 '이성당'은 기원을 해방 1945년도로 두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가 세운 빵집 '이즈모야' (1910년 개업)을 인수한 것이다.
해가 질 무렵.
군산에 내려가는 길에 아이패드로 다시 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에 들렀다.
교과서에서 만났던 영화를 성인이 되어 다시 보면 또 다른 점이 보이곤 한다.
목을 축이러 우연히 들어간 카페도 군산의 이미지가 듬뿍 담긴 곳이었던 지라...
군산은 기억에 참 많이 남을 것 같다.
군산 (Gunsan)의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