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편지. 2
1853년 네덜란드 그루트 준데르트에서 출생한 반 고흐는 비교적 늦은 나이 (20대 후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브뤼셀, 헤이그, 파리 등에서 활동을 하던 그는 대도시에 싫증을 느끼고, 남부의 따스한 햇빛을 찾아 1888년 2월 아를로 떠난다.
분명한 것은 반 고흐가 1888년 2월 20일 월요일에 프로방스의 수도 아를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카렐 식당을 임시 숙소로 정하면서 흰 눈에 살짝 덮인 이 소도시 풍경에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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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덮인 풍경에서, 눈만큼이나 하얀 하늘에 솟은 흰 상봉우리들은 일본 사람들이 그린 설경하고 똑같다."
- p.42 <고흐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 정진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아를 여행을 떠나기 전 고흐와 관련된 여러 책을 구매하여 읽었는데, 유독 이 책만은 읽지 않고 떠났다. 아를에 다녀오니, 고흐가 더 궁금해졌고, 그를 더욱 알고 싶어졌다.
고흐가 직접 느낀 아를의 감흥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녀온 후 구매한 책.
아를은 고흐를 거의 완성시킨 도시라고 해도 무관하다. 아를에 정착하여 고흐는 무서운 속도로 많은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품 중 카페테라스의 밤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현재도 영업중인 카페 반 고흐를 우선 찾아가 보았다. 그림 속 풍경 그대로 재현해 둔 카페에는 고흐의 그림과는 달리 손님이 별로 없었다. 각종 여행책자에서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일까?’
사람들이 앉아 있지 않아 현대적 느낌이 배제된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반가웠다. 고흐가 아니었다면, 언제라도 문을 닫고 새로운 간판과 새로운 인테리어로 변모했을 굉장히 평범한 카페인데, 이렇게 고흐 덕분에 흥미로운 명소가 되었고 또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굉장한 부러움을 느꼈다.
아를 풍경에 빠진 고흐는 그가 평소에 흠모한 고갱과 아를에서 예술공동체를 만들고자 했고, 둘은 실제로 2개월 가량을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거칠고 남성적이고 개인중심적인 고갱과 다정다감하고 이타적인 고흐.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둘이 만나 예술에 대한 다른 견해의 차이를 보이다… 결국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버린다. 그 유명한 에피소드는 결국 둘의 사이를 갈랐고, 여러해 동안 고흐를 괴롭힌 정신질환은 고갱이 떠난 후 더욱 악화되어 그를 결국 정신병원에 가두게 된다. 당시 아를의 마을 사람들이 고흐를 병원에 감금시키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