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신체 (body)
投稿日: Oct 06, 2013 5:46:31 AM
** 이 글은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 몇 권을 읽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져든 평범한 독자입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습니다. 또 평범한 독자이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작품을 평가할만한 역량은 되지 않습니다. 또 빠져들었기 때문에 다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우호적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독자 분들은 해당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몇 개 문장을 발췌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방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 또 기억력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혹여나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거나, 제멋대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에는 몸이 조금 불편한 캐릭터가 자주 그려진다.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육손이라든지, 손가락이 하나 없는 여성이라든지...
하지만 그런 신체에 대한 묘사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캐릭터에 신체의 불편함이 없다면 오히려 더 '불완전'했을 느낌까지 준다.
거부감 없이 묘사하는 조금 특별한 신체의 모습들.
하루키 소설 또 하나의 키워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p. 78 “응, 여덟 살까지는, 그해에 난 손가락이 아홉 개가 되었거든. 그 이후로는 아무도 혼동하지 않아.”….
“여덟 살 때 진공청소기의 모터에 새끼 손가락이 끼어서 잘려 나갔어.”
“지금은 어디에 있지?”
“새끼 손가락 말이야”
“잊어버렸어, 그런 걸 물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하루키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남자주인공은, 레코트점에서 일하는 한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는데, 그 여자는 손가락 하나가 없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251 “그럼요, 정말 으스스했죠. 깨끗한 천 주머니에 조그만 마요네즈 병 같은 것이 들었는데, 작은 손가락 두 개가 액체 위에 떠 있는 겁니다…”
역에서 일하는 쓰쿠루는 한 역장으로부터 분실물 중 ‘손가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손가락이 잘린 여성이 등장하는 데, 혹시 그 여성의 손가락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왜 이런 것을 고민하지?) 2개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아! 그 여성의 손가락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태엽 감는 새>
p.33 “친척 중에 손가락이 여섯 개 있는 사람이 있어요.”
p.35 “유방이 네 개 있다면?”
“그런데 아까 얘긴데,아저씬 손가락이 여섯 개인 여자라면 결혼해도 괜찮은데 유방이 네 개인 건 싫다고 그랬죠?”
다시 기묘한 신체 이야기… 오카다는 근처에 사는 한 여학생과 친분이 쌓이게 되는데, 그 여자아이가 오카다에게 건넨 질문이다.
6개의 손가락과 4개의 유방. 혹시 <색채가 없는 다자키…>에 나오는 손가락이 메이의 친척의 것이 아닌가?
(어느샌가부터 나는 하루키 소설 속 잃어버린 손가락 주인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p. 90 나는 연말, 시부야의 혼잡한 인파 속에서 시마모토와 똑 같은 모습으로 다리를 저는 여자를 보았다.
다리는 저는 것을 빼면 완벽한 외모, 센스있는 옷차림, 말이 통하는 여성.
‘완전한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는 여성으로 그려진 시마모토.
하지메에게는 그 걷는 모습 조차 미워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