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속 그곳] 시드니수족관

첫 다운언더 (Down under, 남반구 호주와 뉴질랜드)

눈을 떠서 비행기 창 밖으로 눈을 돌리니, 그곳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지가 펼쳐져 있다.

... 이제까지 봐왔던 토지의 풍경과는 다르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무언가 전혀 다르다.

初めてのダウンアンダー 

目を覚めして飛行機の窓の外に目をやると、そこのはオーストラリアの大地が広がっていた。

… これまでに見てきたどこの土地の風景とも違っている。どこがどう違ってるか、うまく表現できないのだけど、何かぜんぜん違う。 

- p.54 시드니! 코알라 순정편 シドニ-! -コアラ純情篇 (무라카미 하루키 | 文藝春秋 | 2004.07.16) 중

지구상에 이러한 하늘과 땅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처음 두 눈으로 확인하였을 때 감동과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와! 이런 그림이 호주구나...

꼭 담아가고 싶어 사진을 열심히 찍어 보았지만, 눈으로 본풍경과 비교하면 사진에 표현되는 감동은 만분의 일도 되지 못한다.

 

구름 아래 산맥이 꿀렁꿀렁 솟아있고, 사이사이로 다시 하얀 구름이 흘러간다.

산맥이 끝이 나면 판판한 붉은 색의 평지가 다시 열린다.

끝을 알 수 없는 대륙 저 멀리에는 붉고 노란 빛을 가득 품은 지평선이 그어있다. 

자잘하게 꽂혀 있는 나무 사이사이로 태양빛이 스쳐 지나간다.

끝이 없을 듯한 자연이 이어지다가, 그 끝에 신기루처럼 도시가 펼쳐진다.

호주의 첫 인상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루키의 '시드니!' 번역본이 없는 줄 알고, 일본 아마존에서 주문하였다. 알고 보니 본래 제목을 추측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번역이 되어 있었다. 

하루키가 2000년 올림픽 때 시드니에 체류하며 쓴 취재기이자 여행기가 담긴 수필집. 

우리나라 선수들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히 관심 있는 종목 이야기도 없어서 올림픽 관련 내용보단 호주 여행 부분을 흥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도입부부터 눈을 뗄 수 없었던 호주대륙의 첫인상을 묘사해 주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듯한 표현이.

(나의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기에)

유명한 시드니수족관에 간다.

... 처음에 오리너구리가 있다. 호주에 있는 다른 포유류와 같이, 왠지 모르게 멍하니 있어, 의욕이 없어 보인다. 아직 졸린 데, 억지로 깨워둔 사람과 같이 보인다. 

有名なシドニー水族館に行く。

… 最初にカモノハシがいる。オーストラリアにいるほかの哺乳類と同じく、どことなくとぼけていて、やる気がないように見える。まだ眠いのに、いやいや起こされてしまった人のように見える。

- p. 60 시드니! 코알라 순정편 シドニ-! -コアラ純情篇 (무라카미 하루키 | 文藝春秋 | 2004.07.16)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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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같이 나의 첫 시드니 일정도 시드니 아쿠아리움 (sydney aquarium) 이었다.

'호주 서식 동물'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단공목, 오리너구리 등의 단어는 비교적 친숙했다. 오리처럼 생겼는데 젖이 나오는 동물. 구체적으로 말하면 털로 젖을 배출하여 새끼에게 먹이는 원시 포유류.

▲ 핑크색 패딩을 입은 나의 모습이 배에 비치다. 니 안에 나 있다.

호주 여행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글로만 익힌 동물들을 실제로 보러 간다는 데 큰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수족관에서 내가 본 것은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상어, 해마, 펭귄... 

(물론 꼬마펭귄은 호주와 뉴질랜드에만 산다.) 

다른 동물들은 기억도 안 난다.

오리너구리의 사진을 꼭 찍어야지! 했는데, 못 보았다. 

그리고 인어와 닮은 동물로 자주 이슈가 되는 듀공도 애타게 찾아 다녔는데,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 듀공이 다른 데 갇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수족관을 나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듀공을 보았단다. 나는 왜 못 보았지?

나에게 듀공은 정말 전설 속 인어가 되어 버렸다.

하루키가 표현한 호주에 사는 포유동물 특유의 멍청한 표정... 

(특히 나는 코알라나 캥거루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왠지 모르게 착하고 멍해 보이는...) 

그것을 표현해 낸 것이 재미있다. 게다가 오리너구리한테도 그런 모습을 보았다니. 

아... 오리너구리를 못 본 것이 너무 아쉽다.

▲ 이런 생선들은 한국에도 많이 있잖아!

▲  시드니까지 와서 해마나 보고 있다니...

그나마 오래 구경한 꼬마펭귄 (=쇠푸른팽귄). 

돌아와 과학잡지 뉴턴을 보다 꼬마펭귄 이야기가 나와 스크랩을 해두었다. 

약 30일이나 단식을 하기도 하고, 수심 500미터까지 잠수하기도 하는 등,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 가장 작은 꼬마펭귄은 40cm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約30日も絶食したり、水深500メートルまでもぐったり、おどろきの能力ともつ 

…一番小さなコガタペンギンは40センチメートルほどしかない。

- p. 14-17 newton 생물의 초능력 (生き物の超能力 | Newton | 2012/8/27) 중

꼬마펭귄은 현생종 중 가장 작은 펭귄이라고 하는데, 호주와 뉴질랜드 부근에서만 산다.

MBC에서 방영한 <남극의 눈물>에서 황제펭귄이 잘 알려졌는데, 수심 5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는 종은 바로 황제펭귄. 내가 만난 꼬마펭귄은 70m 내외까지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꼴찌는 아니다.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갈라파고스펭귄은 30m 내외 정도 밖에 못 들어 간다고 한다. 환경이 척박할 수록 초능력을 갖게 되는 듯하다. 황제펭귄은 남극에 살고, 꼬마펭귄은 살만한 호주나 뉴질랜드 부근에 살고, 갈라파고스제도는 심지어 적도 부근 태평양에 있으니까. 

갈라파고스펭귄은 '펭귄이면서 30m 내외 밖에 못 들어가냐?' 업신여겼는데, 문득 사람인 내가 얼마나 들어갈 수 있던가 생각해보니...

실내수영장 1미터 80 아래까지 내려가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엄청 헐떡거리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정도 깊이 까지 들어갈 수 있지?' 찾아 보게 된다.

웬걸... (무게를 조정하는) 장비를 사용해서 무호흡 (산소통 없이 수면에서 공기를 마시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200m를 내려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보통 일반인들은 장비 없이 수심 10m 이하로 내려가기 힘들고 (어쨌든 10m는 일반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구나), 

해녀들이 보통 20m까지 내려가 작업한다고 한다. 

아니... 대체 다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대단한 거야?

꼬마펭귄이 꼬리를 치길래 (대쉬?) 찾아보니, 

꼬리 위쪽에 있는 분비선에서 기름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부리를 이용해 그 기름을 몸에 발라서, 깃털에 물이 닿지 않게 한다.

와 역시 인체, 아니 펭체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