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핀란드여행 (카타기리 하이리 作)

헬싱키의 해 질 녘 태양의 각도는 호텔 뒤 정원의 나무를, 그 그림자가 비치는 하얀 벽을, 빨강과 녹색의 의자와 소파를 참으로 화사하게 보이게 했다. 내 방은 그리고 이 도시는 백야의 해 질 녘 불빛에 더욱 아름답게 녹아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55 ‘나의 핀란드여행’ 中 (카타기리 하이리 作 | 은행나무)

비록 내겐 빨강, 녹색 의자가 없었지만, 내가 좋아라 하는 색만으로 빗어진 헬싱키 석양을 보고 있자니… 

이 석양에, 이 도시에 마냥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분홍, 아이보리, 희미한 하늘색.

밤 11시반 이면(이 되어서야) 이곳 석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에 작은 여유를 가져다 준 듯 하다.

요리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그 행복하게 웃는 얼굴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마치 밥을 갓 지은 밥솥을 열었을 때처럼, 행복한 김이 화악 올라온 뒤 나타나는 웃는 얼굴은 반짝반짝 하얗게 빛났다. 갓 지은 밥처럼 웃는 사람들이 만든 요리가 맛없을 리 없다.

- p.50  ‘나의 핀란드여행’ 중에서(카타기리 하이리 作 |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