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속 그곳] 신주쿠역(新宿駅)

도쿄, 그리고 신주쿠역

쓰쿠루가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은 역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도쿄라는 도시는 그에게 우연히 주어진 장소였다. 예전에는 학교가 있던 곳이고 지금은 직장이 있는 곳이다... 

도쿄라는 대도시는 그렇게 익명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적인 장소였다.

ㅡ p. 420 [일본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作)

도쿄는 벌써 여러 번 다녀왔지만 도무지 정이 가질 않는 곳이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서울에 정을 붙이기 힘든 것처럼. (나 역시 서울에 학교를 두었고, 지금은 직장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도쿄를 방문했을 때는 그 화려함에 혹했다. 밤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오다이바 관람차와 레인보우브릿지, 긴자의 간판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이미 서울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도쿄는 다시 멀어져 갔다. 그 이후에도 유학을 하면서, 또 개인적인 여행으로도 여러 번 방문했지만 나는 어느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해서 도쿄의 다른 모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것 같다. (시모기타자와도 가보고, 키치조지도 가보고)

쓰쿠루는 JR 신주쿠역에 가서 마냥 앉아 있는 것이 취미다. 신주쿠역 코인락커에 맡긴 짐을 찾지 못해 몇 분을 헤맨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취미. ( 신주쿠역은 엄청나게 커서 코인락커가 여러 군데 있다.) 이번 일정 상 신주쿠의 기노쿠니야에 가서 사야 할 책이 조금 있었으므로 들르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을 토해내고 삼키는, 누구 한 명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 도시, 그리고 역. 그 외로운 곳, 한 복판에 서 있었다. 

▲ 도쿄 신주쿠 역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