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송동근作)

p.33 일본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숙소, 료칸.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고급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고, 정갈한 다다미방에서 자보는 것도 특별한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 가이세키요리(会席料理)

 日本静岡県浜松市西区呉松町1768−1 かんざんじ荘

일본의 10첩반상 이라고 할까....? 에도시대부터 연회요리에 이용하는 정식요리. 보통은 전통료칸에 숙박할 경우 맛볼 수 있다. 나오는 요리 종류가 꽤된다.

내가 처음 가이세키요리를 맛본 것은 유학시절 학교에서 보내준 일본투어에서 였는데, 그 때는 잘 모르기도 했고, 우동이나 튀김이나 스시, 라멘 같은 일본 요리를 좋아하던 때라서 '이게 뭔데 그렇게 비싸?' 싶었다. 

(속으로 그 돈으로 그냥 회전스시점에 가서 실컷 먹으면 좋겠다. 했다.) 

점점 초딩입맛을 졸업해가면서, 음식의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되며, 가이세키요리의 참맛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이세키요리가 맛있는 것은 양념이나, 요리법이 독특해서가 아니라, 또 종류가 많아서도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내기 때문인 듯하다. 

시즈오카 하마나호수 주변 료칸에 머물면서 맛본 가이세키요리. 

반찬까지 포함해서 한 20여가지 요리가 나왔는데, 정말로 거짓말 안하고 맛이 없었던 것이 없었다! 

'죽순 정도는 맛없을 수도 있지 않아?'라고 질문할 수 있지만, 죽순 조차도 어떻게 다시를 내었는 지 모르겠지만, 국물이 잘 스며들어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사시미는 신선하고, 튀김도 바삭하게 튀겨 있고, 장어, 은어, 파래 등은 모두 주변에서 갓잡은 듯하여 맛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두유 우동.' 두유가 베이스인 국물을 내서 끓였는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고 맛있다. 

레시피 받아가서 집에서 해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종이에 어떤 요리가 나오는 지 써 있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 하나하나 번역해보았다. 

1) 하마나 호수산 파래에 식초를 곁들인 요리

2) 죽순, 녹차두부, 완두콩찜에 성게를 곁들인 요리, 오징어와 명란, 닭고기무스, 와사비

3) 사시미 (새우, 참치, 도미, 농어)

4) 토란찜

5) 튀김류 (가지, 호박, 새우가 녹차소금과 함께)

6) 두유우동

7) 오리로스에 오렌지소스

8) 은어 소금구이

9) 장어구이

10) 벚꽃새우와 완두콩이 들어간 돌솥밥

11) 맑은 국물

12) 츠케모노 (호박, 무를 등을 절인 음식)

13) 디저트로는 깨푸딩

p.49 에도 막부를 창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슨푸성을 세우고, 만년을 지냈다는 '시즈오카'는 일본 제일의 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중 시즈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센차로, 일본인의 마음이라 해도 좋은 후지산의 정취와 차밭의 향기, 조금은 떫은 맛, 그리고 단맛이 잘 어우러진 차의 미각이 가슴 속 깉이 스며들어 여행객들을 매료시킨다... 

- 시즈오카 오차노사토

 日本静岡県島田市3053−2 お茶の郷博物館

나의 시즈오카 첫 방문의 기억은 '싱그러운 초록'이다. 공항을 나와 이동하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綠色(녹색)’뿐이었다. 

차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고, 차밭이 끝나면 나무들로 빽빽한 숲이었다. 오르막길에 오르는 듯싶으면 어느덧 산속에 들어가 있었다.   

모든 음식은 녹차로 통한다

  

점심식사는 이시다차야(石疊茶屋)라는 곳에서 메밀국수를 먹었다. ‘차야(茶屋)’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식에 녹차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국수는 찻잎을 넣어 만들어 녹색이었고, 찻잎튀김, 그리고 튀김을 찍어 먹는 소금도 녹차가루와 함께 간 녹차소금이었다. 

       

시즈오카에서 유명한 ‘봉와사비’는 죽순처럼 생긴 生(생)와사비를 판에 직접 갈아서 메밀국수 소스에 넣어 먹는다. 주인 할머니가 기모노 차림으로 “실례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며 고개를 깊이 숙여 절하는 모습을 보자, 일본에 와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오차노사토(녹차박물관)’였다. 일본의 茶(차) 역사, 차 문화, 그리고 세계 각지의 차 종류가 전시되어 있고, 직접 찻잎을 따보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었다. 

  

 

  

고보리엔슈(小堀遠州)는 일본 에도시대 초기의 영주로 茶道(다도)의 大家(대가)다. 그는 ‘도쿠가와’ 一族(일족)의 다도 스승으로 활약했었다. 오차노사토에는 고보리엔슈가 세운 건물과 정원을 복원한 쇼모쿠로 다실과 정원이 있다. 

  

  

다실 창밖으로는 후지산이 보이고,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연못물이 밑으로 흘러간다. 다실에서 일본 전통 다도를 배웠다. 기모노를 입고 앉아, 맛이 쓴 차를 마시기 전에 달콤한 양갱을 먹었다. 

  

시즈오카현의 차밭 면적은 약 1억9900만m²에 달한다. 생산량은 4만t으로 일본 전국 녹차 생산량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시즈오카의 차는 1241년 名僧(명승) 쇼이치고쿠시(聖一國師)가 중국 宋(송)나라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은 것이 그 유래다. 시즈오카는 산이 깊고 경사져 있으며 큰 강이 흐르는 지형이다. 배수가 좋고 기온차가 큰 자연환경은 최상급 차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쇼모쿠로 다실에서 일행에게 다도를 가르친 할머니는 “시즈오카 차는 떫은맛이 없고 부드러우며 향이 진하지만 비리지 않다”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이 “계속 녹색음식을 먹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우리 모두 ‘슈렉’이 돼 있을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