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어느 해변에서..

방학 동안 영어, 중국어 공부를 같이 하자며...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나와 친구.

싱가포르는 처음이었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친구는 동남아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밤 늦게 도착한 숙소.

방 안 벽에는 수백마리의 개미들이 어디론가 기어나가고 있었다.

샤워실은 공용. 대부분 인도 사람들이 차지하여 씻을 틈도 없었다.

문은 잘 잠기지 않았고, 잠기지 않는 문틈 사이로 참을 수 없는 향신료의 냄새가 들어왔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고, 씻기 조차 어려웠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친구와 햇반과 김으로 끼니를 때웠다.

우리 둘은 말 없이 며칠을 꾹꾹 참았다. 

그리고 어느날 밤. 둘이 같이 펑펑 울어버렸다.

글로 남기지 않아도 될만한 이유들이 모두 담긴 울음.

울고 나니, 후련해졌다. 정신이 들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깨끗한 방을 찾아보고, 2개월을 신나게 보낼 방법들을 찾았다.

그런 후 다음 날 찾아간 곳이 이 바다.

이곳에서 우리는 2개월을 보내게 될 이방인으로서의 두려움과, 

서로에 대한 섭섭함과, 

'괜히 왔다'는 후회감과,

 '어학실력이 늘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외로움, 향수 등을 모두 쓸려 내보냈다.

물론 항상 웃으며 지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개미들이 왕방울만하게 확대되어 보일 정도로 펑펑 울었던 그날 밤 덕분에 우리는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하나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