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제주는 아름다워

ㅡ 이제는 없어진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지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는 안 태어나고 싶다.

마누라는 오직 혼 사람.

… 의좋게 정좋게 그토록 살아가고정 하다.

너 다음 생에 나 각시하라. 

한 평생 나가 잘 보살피며 살아주마.

-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마지막회 中

제주의 바닷가에서 한(恨) 많은 삶을 살아간 시어머니가 자신 못지않게 고된 삶을 살아온 며느리에게 건넨 대사다.

5년 전에 방영한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대가족의 삶을 따뜻하게 담고 있다.

첩을 둔 남편 때문에 평생 한을 안고 살아간 시어머니(김용림 分)와 재가하여 들어온 며느리(김혜숙 分). 착한 첫째 아들(김영철 分), 회사 대표와 사랑에 빠지는 둘째 아들(김상중 分), 그리고 마냥 철없는 막내(윤다훈 分). 그리고 남자를 사랑하는 장손(송창의 分) 등... 

주변에 있을 법한 사연을 안은 인물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또 더 큰 행복을 나누며 살아간다. 

드라마는 모두 제주도에서 촬영이 진행되었고,

섬의 아름다운 풍광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주말을 제주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마자, 

'인생은 아름다워'가 제일 처음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래만에 드라마를 다시 보았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고 애잔하다.

그리고 해안도로를 달려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지 '불단지펜션(드라마에선 불란지)'으로 향했다.

지도엔 마라도 여객선 선착장 가까이에 있다고 나와있어, 마라도 배편을 예약하고 '걸어가면 되겠거니' 여유를 부리며 근처 스타벅스에서 목을 축였다. 

창 밖으론 송악산이 보였다. 송악산은 104m의 낮은 산이지만, 평평하게 넓은 초원과 바다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해안절벽을 가진 아름다운 산이다.

올라가볼까도 했으나, 난 '인생은 아름다워' 펜션을 걸어갈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으므로... 체력은 비축해 두기로 하였다. 

지도검색을 해보니, 스타벅스로부터 도보 70m. 

잉?

700이 아니라 70?

그렇다면 눈 앞에 펜션이 보여야 마땅하다.

눈앞엔 언덕과 바다, 풀밭과 그 위에 서 있는 말이 몇 마리 보일 뿐이었다. 전통집과 2채의 건물로 구성된 큰 규모의 펜션이 안 보일 리 없었다.

그렇다. 

펜션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던 것이다.

▲ 형제섬

지도엔 여전히 '불단지 펜션'이라 적혀 있는 장소에서 바보같이 멍하니 서 있었다. 앞을 내다보니 드라마에서도 자주 보였던 형제섬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길고 큰섬을 본섬, 작은섬은 옷섬이라 부르는 두 개의 형제섬은 무인도로, 서로 1.5km 떨어져 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 산방산

가는 길.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해변도로와 산방산을 만난 일에 감사하며, 드라마의 따듯한 기억만을 가슴 속에 묻어두기로 한다.

산이 하나 보이시죠? 

저 산이 바로 한라산의 뚜껑이라 하는 산방산입니다. 실제로 백록담 둘레와 저 산방산의 둘레가 같다고 합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라산 머리 꼭지가 떨어져 날라와 앉았다고 하는데!

믿으실 분들은 믿으시고, 믿지 못하실 분들은 전설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ㅡ ‘인생은 아름다워’ 54화 中

곳곳에 소소한 웃음과 세세한 정보가 담긴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