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기자라 이즈미 作)

오사카역에 있는 '다시차즈케 엔(だし漬け えん)'

이 곳에서 오차즈케를 제대로 먹어보니, '차'라는 것이 내가 호텔에서 부었던 단지 뜨거운 '물'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녹차와 다시(국물)가 절묘하게 배합된 '요리'였다. 

녹차의 비린 향을 다시가 잡아주는 것인지. 

다시의 비린 향을 녹차가 잡아주는 것인지. 

간이 적절히 들어 있고 전혀 비리지 않고 국물만 마셔도 구수했다. 명란젓을 정말 좋아하는 나는 명란젓 오차즈케로 주문했는데 명란젓 위로 차를 끼얹으니 알이 살짝 익어 식감이 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정말 맛있던 것은 함께 나온 쓰케모노(漬物, 일본식 야채절임). 무절임이 꼬드득 꼬드득 씹히며 적당한 짠 맛이 베어 나왔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 끼 식사였을 뿐인데, 오차즈케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드라마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덕분. 책으로 먼저 읽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은 남편을 병으로 먼저 보내고 시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테츠코의 이야기다.

소설 자체도 매우 잔잔해서, 처음 몇 장을 읽다가 '재미없어~' 내팽겨쳐 둔 책을 엄마가 집어 들어 읽고는 "우와 너무 재밌어. 꼭 읽어봐" 해서 다시 책장을 넘겨보았다. 다시 읽어보니 꽤 재미 있었고 (플라시보 효과?), 마침 올해 10월 일본에서 드라마까지 시작해서 흥미를 더욱 돋우었다. 

드라마에서 시아버지가 여자에게 홀려 여관으로 여행을 가자, 테츠코는 어두운 부엌에서 홀로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는다. 후루룩후루룩 소리에 묻어나는 쓸쓸함이 인상 깊었다. 

좀처럼 밥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지 못한 나에게 찬 밥에 물을 말아주며 앉힌 것도 엄마. 

몇 장 넘기다 그만둔 책장을 넘기도록 책상 앞에 앉힌 것도 엄마. 

오차즈케라는 음식이 엄마와 조금 닮았을 지도 모르겠다. ^^

다시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