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속 그곳] 오차노사토(お茶の郷博物館)

에도 막부를 창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슨푸성을 세우고, 만년을 지냈다는 '시즈오카'는 일본 제일의 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중 시즈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센차로, 일본인의 마음이라 해도 좋은 후지산의 정취와 차밭의 향기, 조금은 떫은 맛, 그리고 단맛이 잘 어우러진 차의 미각이 가슴 속 깉이 스며들어 여행객들을 매료시킨다...

 -  p.49  [한국 도서] 일본 소도시 여행 (송동근作) 中

시즈오카 오차노사토(お茶の郷博物館)

日本静岡県島田市3053−2 お茶の郷博物館  

나의 시즈오카 첫 방문의 기억은 '싱그러운 초록'이다. 공항을 나와 이동하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綠色(녹색)’뿐이었다. 

차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고, 차밭이 끝나면 나무들로 빽빽한 숲이었다. 오르막길에 오르는 듯싶으면 어느덧 산속에 들어가 있었다.   

모든 음식은 녹차로 통한다

  

점심식사는 이시다차야(石疊茶屋)라는 곳에서 메밀국수를 먹었다. ‘차야(茶屋)’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식에 녹차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국수는 찻잎을 넣어 만들어 녹색이었고, 찻잎튀김, 그리고 튀김을 찍어 먹는 소금도 녹차가루와 함께 간 녹차소금이었다. 

       

시즈오카에서 유명한 ‘봉와사비’는 죽순처럼 생긴 生(생)와사비를 판에 직접 갈아서 메밀국수 소스에 넣어 먹는다. 주인 할머니가 기모노 차림으로 “실례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며 고개를 깊이 숙여 절하는 모습을 보자, 일본에 와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오차노사토(녹차박물관)’였다. 일본의 茶(차) 역사, 차 문화, 그리고 세계 각지의 차 종류가 전시되어 있고, 직접 찻잎을 따보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었다. 

  

 

  

고보리엔슈(小堀遠州)는 일본 에도시대 초기의 영주로 茶道(다도)의 大家(대가)다. 그는 ‘도쿠가와’ 一族(일족)의 다도 스승으로 활약했었다. 오차노사토에는 고보리엔슈가 세운 건물과 정원을 복원한 쇼모쿠로 다실과 정원이 있다. 

  

  

다실 창밖으로는 후지산이 보이고,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연못물이 밑으로 흘러간다. 다실에서 일본 전통 다도를 배웠다. 기모노를 입고 앉아, 맛이 쓴 차를 마시기 전에 달콤한 양갱을 먹었다. 

  

시즈오카현의 차밭 면적은 약 1억9900만m²에 달한다. 생산량은 4만t으로 일본 전국 녹차 생산량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시즈오카의 차는 1241년 名僧(명승) 쇼이치고쿠시(聖一國師)가 중국 宋(송)나라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은 것이 그 유래다. 시즈오카는 산이 깊고 경사져 있으며 큰 강이 흐르는 지형이다. 배수가 좋고 기온차가 큰 자연환경은 최상급 차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쇼모쿠로 다실에서 일행에게 다도를 가르친 할머니는 “시즈오카 차는 떫은맛이 없고 부드러우며 향이 진하지만 비리지 않다”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이 “계속 녹색음식을 먹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우리 모두 ‘슈렉’이 돼 있을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