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19곰 테드 (Ted, 2012)

천사의 기적? 테드의 기적!

 

영화 '19곰테드'는 친구가 없던 존(마크 월버그 分)이 크리스마스 이브 '곰 인형이 내게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이루어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크리스마스 아침, 말하는 곰인형 테드는 믿지 못하는 부모님 앞에 나타나 외친다.

"메리 크리스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퍼레이드 장소로 모여 들었다. 우비, 팜플렛, 신문, 돗자리 등 각종 깔개들이 등장.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맡기 위함이다. 그들을 보며 ‘굳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마음과 ‘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데도 어쩜 이토록 질서 있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쇼가 시작되기 30분 전. 갑자기 몰려든 먹구름.

"악천후로 인하여 ‘천사가 준 기적 2’ 내용이 일부 변경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라는 안내방송에도 누구 한 명 자리를 뜨지 않는다. 5시 45분이 되어서 시작된 ‘천사가 준 기적2’ 퍼레이드. 단 2초 만에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와~~아!"

퍼레이드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앤드류와 메리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내년 크리스마스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다음 해가 되어 앤드류는 메리사에게 청혼을 하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크리스마스 당일. 둘은 부모님들과 천사들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다소 진부한 스토리 일 수 있지만, 퍼레이드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그리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코 끝 찡해지는 메시지를 남기고, 퍼레이드는 막을 내렸다.

 

 

사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굉장한 기적이 하나 일어났다.

할리우드 에어리어 부근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 작은 공을 던져서 상품을 얻는 게임이 있길래 기웃거리고 있었다. 

테드다! 영화 ‘19곰테드’의 주인공 테드가 줄지어 앉아 있다!

2년 전 ‘19곰테드(TED)’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보곤 나는 테드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집에 있는 곰돌이 인형에게 은근슬쩍 말을 붙여 보기도 하였고, 화를 내보라며 때려 보기도 했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당연하지만)

게임 매표원에게 물었다.

“혹시 저 인형 기념품 가게에서는 살 수 없나요?”

“네.. 아쉽게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꼭 한 번 도전 부탁 드립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구기 종목에 있어서 늘 반에서 꼴찌. 혹은 (독감이나 홍역에 걸린 친구가 있거나 하는 경우에 한해서) 뒤에서 두번째 였다.

2번을 던질 수 있는 게임은 600엔, 7번 던질 수 있는 1,000엔. 7번을 선택하니, 여러 번 성공해도 1개의 인형 밖에 얻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도전! (이 조언은 내게 전혀 의미가 없단 생각을 했다.)

공을 던지고 나면 스태프들이 공을 다시 던져주는데, 나는 그것조차 3번이나 못 받아서 떨어뜨렸다.

룰은 다음과 같다. 콩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공을 던져 쟁반 위에 올려진 3개의 플라스틱 병을 모두 쓰러뜨리되, 쓰러진 병이 쟁반 위에 올려져 있으면 안되고 모두 쟁반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내가 던진 5개의 공은 병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벽만 맞혔고, 1번은 가장 위에 서 있던 병만 날렸다. (이것조차 내겐 기적이다 싶었다. )

마지막 기회, 7번째.

아무런 기대도 없이 던진 공이 2개 병을 날렸다. 그리고 1 개의 병이 쟁반 위에 쓰러져 있었다. 무려 3개의 병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아마 인생 최초의) 큰 기적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지막 병이 또르르 굴러서 쟁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눈을 의심했다.

옆에 할머니와 같이 구경 온 아이들이 내가 하는 것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다같이 “스고이 (대단해) ~~~” 외쳤다. 할머니 역시 "오네상, 스고이네 (언니 짱 이네)!” 라며 칭찬해 주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 올랐다. (나도 모르게) 스태프언니에게 뛰어가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며 신나 했다. 언니도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몇 가지 인형 중 고를 수 있다며 꺼내기 시작하는 데, 다른 인형은 쳐다보지도 않고 큰소리로 외쳤다.

"테드 주세요!!!"

그렇게 나는 테드와 함께 남은 일본 일정을 행복하게 보냈고, 여전히 ‘테드가 내게 오고 싶어서 쟁반을 흔든 것이 아닐지?’, ‘언제 말을 시작 하려나?’ 기다리는 중에 있다.

※ 취재 : Get About 트래블웹진, USJ한국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