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다정한 시간 (優しい時間)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 가운데 

드라마의 주제곡이 흐르고 있었고 

밖은 설원이었다. 

홋카이도행을 준비하며 '다정한 시간 (優しい時間)'이라는 일본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아라시 맴버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나가사와 마사미의 애띤 모습이 담겨 있는 제목만큼 따뜻한 드라마. 

남자주인공 타쿠로(니노미야 카즈나리 分)에겐 해외근무가 잦은 아버지 와쿠이 유키치가 있다. 타쿠로는 어떤 사정에 의해 폭주족이 되고, 어느 날 자신이 운전하던 자동차가 사고를 만나 함께 타고 있던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게 된다. 

▲ 드라마 '다정한 시간' OST

장례식이 끝나고 아버지는 타쿠로에게 연을 끊자 말하고, 자신은 아내의 고향 후라노에서 카페를 연다. 타쿠로는 아버지의 카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비에이 도자기공방에서 수학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회복 외엔 굵직한 사건없이, 동네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대부분. 

내용 자체는 조금 엉성하고 지루하지만, 영상에 담긴 홋카이도의 겨울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11월의 홋카이도는 풀도 거뭇거뭇해지고, 비가 많다고 하여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내리다가 거리의 때에 검게 변해버리는 눈이 아니었다. 

눈은 마을 전체를 하얗게 지워 버렸다. 

그런 날. 

카페 '숲의 시계(모리노 토케이)'에 들어갔다. 

10년 전에 종영한 드라마지만, 카페 모습은 장면 속 그대로여서 이야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른 시간 덕분인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카운터석에 앉을 까 홀에 앉을 까 고민하다 홀에 앉기로 했다. 

森の時計

일본 〒076-0016 北海道富良野市中御料 森の時計

▲ 화분의 위치와 꽃의 종류까지 똑같다.

드라마와 같이 점심메뉴는 '숲의 카레(모리노 카레)'와 '눈의 스튜(유키노 스튜)'. 요즘 일본식 카레는 한국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밥과 함께 먹는 스튜는 의외로 맛보기가 힘들어 스튜를 맛보기로 한다.  

머리가 탱탱하여 식감이 좋은 버섯과 간이 잘 밴 장아찌와 함께 하니 전혀 느끼하지 않고 맛이 참 좋다. 

후식으로 브랜드 커피를 주문. 진하다. 드라마에선 '핸드밀'이란 메뉴가 있는데, 손님이 커피콩을 직접 갈게 하고 그 커피가루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것이다. 

▲ 눈의 스튜(유키노 스튜)

나는 홀에 앉아 있던 탓인지, 혹은 그런 메뉴는 없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콩을 직접 갈아볼 기회는 얻지 못했다. 

고요한 분위기 가운데 정적을 깨는 중국인 가족들이 들어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숲 속 카페까지 어찌 찾아왔을까 싶겠지만 사실 이곳은 한 호텔 부지 안에 있다. 호텔 주차장에서 6-7분 정도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데 가는 길과 카페건물 주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깊은 숲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지만 어느 정도의 손님도 확보가 되는 것이다. 

▲ 드라마 장면 곳곳이 모두 그대로다.

정적이 깨져 잠시 짜증이 났지만, 그 가족들을 필두로 손님 여러 명이 더 들어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카페는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어우러져 홀로 있을 때와 다른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분위기 역시 미리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풍경 같기도 하여 다시 스며들기에 나쁘지 않았다. 

커피까지 모두 마시고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나오니 다시 새하얀 눈이 뒤덮인 숲길이었고, 가끔 바람이 쉬이 불어들어 눈 입자들이 흩날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숲의 카페'라는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정한 시간' 6화에서 전개된다. 시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손님이 아들과 방문하여 카페이름을 보곤, 자신의 회사에서 '1년에 한 바퀴를 도는 숲의 시계'를 만들어 보고자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한다. 

점점 사람의 시간은 빨라지고 세분화 되어가기 때문에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사고하기란 어려워 진 것이 아닐까 라고. 

'森の時計はゆっくり時を刻む 

숲의 시계는 천천히 시간을 새긴다' 

 

잠시나마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한 곳이었다. 

INFORMATION 

- 주소 : 〒076-8511 北海道富良野市中御料 (신후라노 프린스호텔 新富良野プリンスホテル에서 도보로 약 5분)

- 영업시간 : 점심 12:00~오후 8:45 

- 메뉴 : 블랜드 커피 540엔 / 숲의 카레와 눈의 스튜 1,030엔 / 케익 78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