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문학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 

- 이효석문학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544-3

한창 메밀꽃이 아름다울 것 같다. 내가 봉평을 갔을 때는 메밀꽃이 이미 진 무렵. 

(라임을 살려 '진 무렵'이라고 했으나, 가장 처음에 있는 사진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민망하군...'한참' 진 무렵, 봄에 갔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사람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막국수, 감자전을 배불리 먹고 느즈막히 찾아간 이효석문학관. 

입구부터 센스 있게 책장 모양으로, 천장은 원고지 모양으로 꾸며두었다. 마음에 든다...

앞뜰도 내 스타일이다. 노란색, 핑크색 아기자기한 벤치!

여유롭게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다.

한창 꽃놀이를 하다가 입구에 들어선 순간!

이런... 비수기에는 오후 5시반에 문을 닫는단다.

도착은 5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미 문을 닫았다....

결국 들어가 보질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문학관을 나와서, 주변에 이효석 생가가 있다고 하니, 그곳으로 향한다.

나는 이런 데를 가면 정말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실제 생가터는 개인소유 땅이고, 조금 떨어진 곳 (700미터 정도)에 복원해둔 것이라고 한다.

뭐지? 땅도 정확히 말하면 이효석과 전혀 관계 없고, 또 건물도 용인 민속촌이랑 다를 바 없는 신(新) 건물? 의미가 없지 않나?

(문학관에 못 들어가서 투덜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생가 앞 당나귀의 정체는...?

아쉬운 마음에 이효석과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

# 이효석은 커피를 좋아했다.

모던보이 이효석은 서구문화에 심취해 있었다고 전해진다. 

버터 바른 빵과 같은 서양식사를 즐겨했으며, 일과 중 꼭 다방에 들러 커피와 함께 서양음악을 듣곤 했다고 한다. 

이효석의 작품에도 커피가 언급된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中

이효석은 1907년에 태어났고, 성인이 되었을 시기는 일본과 러시아 등을 통해서 서구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와 일치하겠구나. 

이효석이 즐겼을 당시 풍경, 커피 유행이 시작되던 시기의 다방 풍경, 한국의 커피유입역사 등이 궁금하여, 책을 하나 구입했다. 

<가비에서 카페라떼까지 (이정학作)> (점점 이효석이야기가 아니라, 커피이야기로 빠지는데...)

# 이효석와 기생 왕수복과의 로맨스

이효석은 평양 기생이었던 왕수복과 동거를 한다. 

왕수복은 이효석과 헤어진 이후, 노천명의 연인이었던 김광진과 결혼한, 한반도 민요계에서 큰 획을 그은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생을 마감했다.) 

왕수복이 20대중반에 이효석을 만났고, 김광진을 29살에 만났다고 하니, 

이효석과 왕수복이 연인으로 지낸기간은 한 2-3년 정도 였을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둘의 사랑이야기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듯 하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되니, 이번에는 조선시대 기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하나 추가로 주문했다. <기생 조선을 사로잡다 (신현규作)> 

책 안에 이효석과 왕수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니, 책 읽고 좀 더 공부한 뒤 포스팅하겠습니다.

(한국 커피이야기와 기생이야기... 기대해주세요^^). 

어쩌다 보니, 이효석이야기는 못 하고 또 기생이야기로 빠져버렸다. 

문학관만 들어갔어도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 텐데...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中

메밀이 아름다울 무렵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 

소설에 그려진 풍경처럼 늦은 밤 하이얀 메밀밭을 보고 싶다. 

낙엽 태우는 향, 커피향이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