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목장

차디찬 설원풍경에 따뜻한 새끼양이 사는 곳, 

강원도 삼양목장

지환(차태현 分), 수인(손예진 分), 경희(이은주 分)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영화 <연애소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 중 하나,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환의 옷을 나란히 쓰고 뛰는 장면. 

영화의 포스터로도 쓰인 그 장면이 바로 강원도 삼양목장에서 촬영되었다.

그 수채화 같은 풍경을 느끼고자 강원도 삼양목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관령 양떼목장을 갔는데 엄청난 등산 인파로 도저히 진입불가능. 

바로 핸들을 돌려, 삼양목장으로 가니, 주차시설도 잘 되어 있고 정돈되어 있어 마음이 놓였다.

1972년 삼양식품에서 건립한 삼양목장은 관광지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삼양식품에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대관령 목초를 먹인 소는 라면스프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또 소젖은 유제품의 원료가 된다. 

한 겨울에 찾아가, 투명한 수채화 풍경이라기 보단, 여러겹 두껍게 덧칠한 유화 느낌의 겨울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 연애소설나무

얼마전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굉장히 많은 눈이 쌓인 설원이었다. 

더불어 희뿌연 안개 속의 삼양목장은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연애소설이 촬영된 연애소설 나무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다소 애잔하고 쓸쓸해 보였다. 영화의 결말과 같이.

Information

개장시간: 11월 ~1월 8:30 ~ 16:00/ 2월, 10월 8:30 ~ 16:30 / 3월, 4월, 9월 8:30 ~ 17:00 / 5월 ~8월 8:30 ~ 17:30

이용요금: 대인 8,000원 소인 6,000원 

홈페이지: http://www.samyangranch.co.kr/

(* 평소에는 셔틀버스가 운영되어 목장 내에서는 버스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자가용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두었다. 

셔틀버스가 운영하지 않는 날도 있다고 한다.)

목장 설경은 좀 더 멋있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추운 관계로 잘 찍지 못하였다.

하지만 눈구경보다 양구경을 실컷!

양들 얼굴 하나하나를 보니 다들 다르게 생겼고, 또 성격도 각양각색 같았다. 하지만 모두 순하디 순한 얼굴을 하고 있어, ‘정말 착하게 생겼다~’하는 순간!

두 마리가 싸움이 붙었다.

한 마리가 머리를 들이밀면서 다른 한 마리를 몰아 붙인다. 서로 몇 번이나 박치기를 하며 ‘매에~’ 울기도 하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왜 싸울까?’ 궁굼 하면서도 싸우는 모습은 또 ‘정말 사람 같다’ 싶다.

우리 안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 새끼양은 귀엽기도 하지만 굉장한 장난꾸러기. 

아직 작아서 철망을 자유롭게 빠져나오고 들어가고를 반복하다가 엄마양에게 혼나기도 하고 보고만 있어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내가 요령이 없어서 아기양에게 풀을 먹이려는 데 계속 양이 입으로 물질 못했다. 

답답했는지 입술로 내 손가락을 살짝 물었는데…

‘와~~~~ 너무 부드럽다!’

(나는 변태 같지만) 그 감촉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삼양목장 휴게소에서는 삼양라면에서 나오는 컵라면를 사먹을 수 있다. 

얼은 몸을 녹이며 맛본 컵라면 맛은 다른 어디에서 먹는 맛보다 환상적!

남자친구에게 "옛날에는 라면이 비싸서 소면을 섞어 먹었대~" 라고 하니, 

"아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가 생각나네"한다. 

내가 어릴 때는 이윤복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작품이 필독서가 아니어서 잘 몰랐는데, 일정 기간 동안은 거의 ‘국민필독서’ 였다고 한다.

대구에 살던 이윤복이라는 초등학생이 굉장히 고달픈 가정환경에서도 매일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장이 공개되면서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일본에도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다. 

껌을 팔거나 구걸을 하거나, 구두닦이를 하여 번 돈으로 아버지와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라면에 ‘국수’를 섞어 먹는 이야기에 그 책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하는데, 윤복이는 하루 벌어 집에 가는 길에 국수를 사가지고 가서 하루 먹고 살았다.

책을 읽으며 삼양목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는데,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삼양목장 여행에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아름다운 책이 더해져 보다 진한 감동의 기억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