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직업 (job)

投稿日: Oct 06, 2013 5:47:16 AM

** 이 글은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 몇 권을 읽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빠져든 평범한 독자입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습니다. 또 평범한 독자이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작품을 평가할만한 역량은 되지 않습니다. 또 빠져들었기 때문에 다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에 우호적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독자 분들은 해당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몇 개 문장을 발췌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방해가 되실 수 있습니다. 또 기억력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혹여나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거나, 제멋대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에는 누구나 막연하게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만한 직업이지만,

생동감있고 그럴싸하게 글로 풀어내긴 힘든 직업이 많이 등장한다.

또 일반사람들의 삶처럼, '어쩌다 보니 이 일을 하고 있네?'라기 보단,

어린 시절부터, 또 어떤 강한 원인에 의해서 직업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p.203 하지만 나는 계산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조직’과 마찰만 빚지 않는다면, 개인으로서 계산사만큼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은 달리 없으며 수입도 좋다.

잘 상상이 안 되는 직업이다. 계산사와 그에 상대하는 기호사라는 직업이 등장하는데, 정보화 시대에 인간의 뇌를 활용하여 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숨겨 보관하는? 직업이다. 읽고 있으면 재미 있다. 돈까지 많이 번다니..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독특한 직업들 치고, 돈 적게 버는 직업은 없는 듯.

<1Q84>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상대 남성을 흔적 없이 죽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살인마인데, 책을 읽다 보면 아오마메라는 인물에 대해 선과 악, 그 어떤 평가도 내릴 수가 없다. 

하루키 필력이 여기서 나오는 듯하다. 어떤 것도 독자가 마음껏 결론 지을 수 없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세계….

(2권) p.68 아오마메는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명의 사내를 살해하고,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다른 땅으로 옮겨 존재를 지우게 된다.

 

p.109 그런데 지금은 입시학원 계약직 강사이고, 이런 건 제대로 된 직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 분명 속편한 일자리이고, 혼자 살기에 그리 부족할 것 없는 수입이지만..

남주인공 덴고는 수학교사이자, 고스트라이터다. 계약직 강사이지만, '그리 부족할 것 없는 수입.' 

하루키 소설에는 역시 돈 적게 버는 직업은 없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 23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역을 좋아한 거구나.”

어린 시절부터 역을 좋아해서 역을 만드는 일을 하고 살아가는 주인공 쓰쿠루.

친구들 이름에 ‘색’이 들어갔지만 본인의 이름에만 ‘색’이 들어가 있지 않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다.

하지만 색채가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독특한 취미, 기호 이지 않나 싶다. (기차도 아니라, 역을 좋아한 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