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aruki

投稿日: Mar 15, 2015 3:4:54 AM

지난 1월에 일본 출판사 신쵸사(新潮社)에서 개최한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와 독자간의 대화 이벤트.

‘무라카미씨의 거처 (村上さんのところ)'

http://www.welluneednt.com/

독자가 질문을 보내면 하루키가 답변을 해주는 데 

보름간 기간한정으로 진행되었다.

총 3만 통이 넘는 질문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엔 아베 총리와 관련된 답변으로 구설수에 올라 

한국에서도 신문보도가 되기도 했다.

질문을 보내고, 며칠 매일같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웃거리다, 

‘내 질문까지는 답변 안 해 주겠지.’ 

스스로 결정 짓고 슬퍼했다.

 

2월 24일 저녁 send : ‘Haruki Murakami’로부터 메일이 들어왔다.

깜짝 놀랐고, 내용을 읽곤 행복해졌다.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나의 질문

핀란드의 도시, 헤멘린나에서 느낀 바가 궁금합니다.

해외에서 하루키 씨의 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있는 팬입니다.

3 년 전부터 회사에서 휴가를 얻으면, 하루키 씨의 소설 속 배경이 된 곳을 순례하는 것이 취미가 되어, 인생에서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최근 다녀온 곳은 핀란드 헤멘린나입니다만, 근교의 숲을 산책해 보기도 하고, 시내를 걸어 보니, 소설에 묘사된 것들을 직접 느껴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가보고 않은 곳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헤멘린나도 소설을 쓴 후 방문하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실제로 가본 후의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하루키 씨의 소감이 신경 쓰여 잠을 이룰 수 없으므로, 무라카미 씨, 한마디 해주시면 기쁩니다.

하루키의 답변

헤멘린나. 네, 가보지 않고 썼습니다 (웃음). 지도만 보고 적당히 쓴 것입니다. 소설을 쓴 후 (출판되기 전에) 가보고, 여기 저기 둘러보니 상상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에 안심했습니다.

 

단지 수목의 종류 정도는 달랐기 때문에, 그것은 다시 썼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정했던 호숫가의 도로가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수정했습니다. 광장 장면도 실제에 맞게 조금 수정했습니다.

 

가장 놀란 것은 제가 헬싱키에서 빌린 렌터카가 우연히 감색 폭스바겐 골프였던 것. 소설과 똑같았지요. "어!"하고 놀랐습니다. 이런 일이 있구나. 신기합니다.

답변을 수차례 읽고 또 읽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의 책장을 다시 넘기고,

답변과 문장을 비교하고,

헤멘린나에서 찍은 사진첩을 넘기며...

기분이 붕 뜬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다.

다녀온 후 조금 손을 봤다고 하는 장면 하나.

헤멘린나의 광장

중심지 광장에 면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크루아상을 하나 먹었다... 광장을 끼고 정면에 큰 교회가 있었다. 둥그런 녹색 지붕을 올린 땅딸막한 건물이었다.

- p. 315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作 | 민음사) 中

실제로 헤멘린나 중심 광장에 면한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난 카페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려고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쳐다본 기억이...

하지만 꽤 오래 기다린 버스는 내가 가고자 하는 근교 숲에 가지 않는 버스였다.

반대편 정류장에 서 있었던 것.

다시 광장을 가로질렀다.

혹시 하루키는 광장 카페에서 쓰쿠루가 먹은 음식의 메뉴를 바꿨을까?

다녀온 후 조금 손을 봤다고 하는 장면 둘.

나무의 종류

 

대부분 자작나무고 소나무나 가문비나무나 단풍나무가 섞였다. 소나무는 수직으로 뻗은 적송이고, 자작나무 가지들은 아래로 축 늘어졌다.

-p. 31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作 | 민음사) 中

정말 궁금했던 부분.

소설에서 자연의 묘사가 굉장히 상세히 되어 있기 때문에,

가보지 않고 (나의 경우 가봐도) 수종을 알고 묘사하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헤멘린나 근교 아울란코의 숲을 걸을 때, 붉은 빛이 도는 소나무가 아름다웠다.

물론 하얀 자작나무가 많았는데, 사진을 다시 넘겨보니 정말 자작나무 잎이 밑으로 축축 처져 있다.

▲ 포스트 표지 모델 고니 가족. 오른쪽 축 늘어진 자작나무

다녀온 후 조금 손을 봤다고 하는 장면 셋.

호숫가 도로

호숫가에 숲을 관통하는 비포장 도로가 있었다. 도로도 아니고 그냥 헤쳐 나가다 보니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남은 길 아닌 길이었다. 두 줄기 바퀴 자국 사이에는 녹색 풀이 무성했다.

-p. 318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作 | 민음사)

묘사된 비슷한 풍경을 몇 차례 만났다.

근교 숲을 혼자서 몇 시간을 헤맸기 때문에.

핀란드 헤멘린나는

출발할 때부터 기대한 장소였고,

직접 도시를 만났을 때 감동적인 상황을 몇 차례 만났다.

돌아와서 일에 지쳤을 때 이곳 숲 사진을 다시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치유가 되곤 한다.

그리고 이번 하루키로 부터의 답장을 통해 

헤멘린나는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생소한 도시, 헤멘린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