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미술관
p.15 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10월 25일 개관했는데, 그 터가 바로 박수근이 태어난 땅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박수근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나는 양구군 양구면 정림리 부농가 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라고 쓰고 있으며...
- 양구 박수근미술관
땅굴을 보러 양구에 갔다가 근처에 박수근미술관이 있다고 하여 들렀다. 박수근의 나무 그림보단, 박완서의 소설 <나목>이 더 친숙한 나지만, 가끔은 미술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미술작품보단, 미술관을 둘러싼 숲, 건물의 외관만 보이는 것은 미술에 대한 짧은 지식 탓이겠지...
너무 문외한인 내가 한심하여, 돌아와서 책을 한 권 샀다. <시대공감 박수근 평전>. 박수근의 인생을 차곡차곡 담아 놓은 책이다. 작가(최열)가 박수근이 살았던 당시 시대상황과 지역에 대한 설명, 역사적 사건 등의 배경지식을 설명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아 읽기 좋다. 서문에서 미술관이 너무 현대적으로 지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데, 나 역시 비슷하게 느꼈다. '황토색' 짙은 우리 정서를 표현한 미술가의 미술관이 굉장히 세련미가 넘친다. 건축상을 노려봄직할만한...
아 또 어떻게 보면 무령왕릉 같단 생각을 계속하며 걸었다. (그러니까 왕릉 내관이 외관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시덥지 않은 생각이다.) 이런 생각에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다보니, 박수근 작품의 화강암 질감을 살려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아! 수긍이 간다.
박수근 작품을 상징하는 그 '질감.' 독특하긴 하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금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기본적으로 유화는 수채화보단 탁한 느낌이 있긴 한데, 박수근 작품은 색채도 황토빛이 짙어 더욱 그런 듯 하다. 하지만, 그림의 소재들을 생각해보면, 아이를 업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나,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모습이나, 절구질을 하는 부인의 모습 등... 그들의 고되었던 삶을 표현하기엔 가장 적합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미술관의 한 가지 크게 실망스러운 점은 작품이 얼마 없다는 점. 작품이 너무 없어서 박수근의 드로잉까지 걸어두었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실망 스럽다. 유명한 작품은 모두 개인소유인가보다. 얼마전 신문보도에 따르면 박수근의 <빨래터>가 우리나가 최고가 작품이라고 한다. 2007년에 45억 2,000만원에 경매에서 거래가 되었다고 하니... 그 정도 가격의 작품을 미술관에 걸기란 쉽지 않겠구나.
책을 읽다보니, 박수근의 작품 초기작은 모네의 작품과 비슷한 구도, 주제가 많았던 것 같다. 박수근과 모네, 두 작가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보고 싶은데 미술작품은 작가 사후 70년후에 저작권프리가 되니... 올릴 수 없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작 빨래터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실제 이 곳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공간인 줄 알았는데, 박수근의 빨래터는 당시 서울 풍경이라고..)
가장 마음에 드는 외관의 벽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