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웹서핑 중에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으로 한 주를 보내고 마침 이번 주말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바로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전혀 정보 없이 무작정 찾아가 보니, 산길로 3km를 올라가야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런 길을 3km나 올라가야 하다니...

평소에 공원 5km 정도는 쉽게 걸을 수 있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아 중도에 포기할까를 몇 차례... 

(가는 길에도 몇 그루의 자작나무가 있어서, '혹시 이게 자작나무숲 아니야?' 묻기를 여러 차례...)

▶ 이게 자작나무숲아니야?

▶ 백구도 올라가기를 포기한 길...

도착하고 나선 포기하지 않았음에 감사했습니다. 

길게 뻗은 자작나무가 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빛도 아름답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은 소리. 

말소리를 죽이고 귀를 열어보면 정말로 '속삭이는 듯한' 자작나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진만 주르륵 보셔도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다녀와서 찾아보니, 이승기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데, 뮤직비디오 속 영상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정도 일 것 같습니다. 

그 때도 아름답겠지요.

최근에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뮤직비디오라는 것을 보니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 좋습니다. 

자작나무숲도 조용히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곡의 감성과 닮았습니다. 

에피톤프로젝트가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행복, 추억, 힐링, 편안함, 따뜻한 마음, 돌아가고 싶은 시절 등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담긴 숲.

더욱 아쉬웠던 점은 놀러 오신 아주머니들이 큰 소리로 떠들었던 순간과,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던 점입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될 무렵, 인적이 드문 날,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한 번 찾아가 볼까 합니다.

자작나무를 실컷 보고 오니, 지난 봄에서 여름이 될 무렵 찾아간 강원도의 또 다른 자작나무 명소. 

미술관자작나무숲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