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담아온 중국 속 그곳

왕푸징(王府井)

p. 175-180 "아저씨, 절 좀 도와주시겠어요?"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뒤에서 따라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아들과 함께 '왕푸징' 거리를 걷고 있었다...

'왕푸징'은 베이징의 번화가이다. 홍콩 최고 부자인 리자청이 소유한 '둥팡신톈디'라는 백화점도 바로 그곳에 있다...

"내가 크게 손해 본 건 없잖니? 너도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고 말이야. 사기꾼인지 불쌍한 아가씨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 여자는 따뜻한 저녁식사 한 끼를 얻었지...

-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은 대만인 우샹후이 교수와 그의 두 아들의 중국 여행기다.

그들은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서 사기꾼인지? 정말 거지인지? 모를 여성을 만나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주게 된다.

내가 왕푸징을 방문한 것은 2013년 여름.

우샹후이 부자보다는 약 2-3년 뒤인 듯하다.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백년 전부터 왕족들의 저택이 몰려 있어 번화가여 온 이 거리 입구에는 ‘현대적 번성의 상징’인 애플스토어가 솟아올라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애플스토어가 없다.) 

유리를 소재로 투명한 외관을 한 애플스토어는 (최소한 내가 느끼기엔) 주변풍경과 어우러지지 못한 채 서 있는 듯 하다.

왕푸징에서 놀란 점은 입점한 상점들이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였음에도, 어쩐지 모르게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건물의 크기나 조명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기죽지 않을 정도이지만, 그 속에는 속옷만 입고 걸어 다니는 아저씨들이 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할머니가 있다. 

쓰레기는 길거리에 쉽게 버려진다. (또 쉽게 없어지기도 한다.) 

명품관 뿐 아니라 요즘 핫한 브랜드 상점들(자라, 포에버21 따위의)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거리는 묘한 이질감을 만들고 있다. 

나는 왕푸징을 ‘세계적 번화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욕망만이 넘치는 공간’이라 느꼈다. 다소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