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김유정作)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배경이 된 

실레마을과 마을에 조성된 김유정문학촌

책표지 출처: 교보문고

대한민국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868-1 ‎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찾아가 본 김유정문학촌. 여행시즌은 시즌인가보다.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관광버스도 서너대 대기중이었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봄봄>이라는 '구수한 된장냄새가 나는 듯한' 소설과 실레마을은 정말 잘 어울렸다. (너무 소설 문학성에 비해 질낮은 표현일까봐 안 쓸까 했는데... 봄봄 내용과 마을 풍경이 '싱크로율 100프로.') 문학촌이 있는 실레마을은 어떻게 생각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시골 풍경일 수 있지만, 그 마을이 소설과 만나, 가을비와 만나, 또 가을 야생화들과 만나 더욱 아름답게 그려지는 듯 하다.

문학촌 안에는 김유정생가를 복원해 둔 건물이 있고, 봄봄 속의 몇 가지 애피소드를 재미나게 동상으로 만들어 세워 두었다. 또 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걸려 있어, 하나하나 놓칠 수가 없다.

요절, 기생과의 로맨스, 구인회...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나는 항상 그게 '이상'이었는가, '박태준'이었는가(심지어 이름도 틀렸다. 이태준, 박태원)', '이효석'이었는가(이효석은 왕수복이라는 기생을 좋아했다네), 누구였는가...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여행을 통하여 작가와 소설을 만나면 비교적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길 수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김유정문학촌에서 알게 된, 제일 흥미로웠던 사실은 <봄봄>에 나온 김봉필 영감이 실레마을에 '욕필이'로 통했던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딸이 많아 데릴사위를 두어 부려먹었고, 주변 이웃들의 인심을 잃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이 자식아, 일 허다 말면 누굴 망해놀 속셈이냐. 이 대가릴 까놀 자식?" 우리 장인님은 약기 오르면 이렇게 손버릇이 아주 못됐다. 또 사위에게 이자식 저자식 하는 이놈의 장인님은 어디 있느냐. - 김유정作 <봄봄> 中

어쩜 이렇게 리얼하게 묘사를 했을 까 싶었는데,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었구나! 

기념전시관에 걸려 있는 지도에 봉필영감의 모델이 된 인물의 집터가 남아 있다고 하여, 빗길에 걸어가 찾아보았는데,  가는길 안내도, 표지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관광객들을 위한 (특히 나같이 어리버리한 관광객을 위한) 조금 더 친절한 안내가 필요했으면 싶었다.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지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빙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가 작다.) - 김유정 作 <봄봄>

전시관에 있는 데, 관광오신 아주머니들이 김유정과 기생 박록주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안내판을 읽으며, 

'정말로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어, 어머니랑 엄청 닮았네'라고 크게 떠들곤 밖으로 나간다.

근데 자세히 읽어보면, 2개 사진이 모두 박록주 사진이다. 같은 사람이니 닮았지. 

(아주머니들 조금만 더 집중해서 읽어주세요..) 

    

쭈그렁 밤송이같은 기생에게 정신이 팔린 나도 나렷다. 그것두 서루 눈이 맞어서 달떳다면이야 누가 뭐래랴 마는 저쪽에선 나의 존재를 그리 대단히 녀겨주지 않으려는데 나만 몸이 달아서 답장 못받는 엽서를 매일같이 석달동안 썻다...... - 김유정作 <두꺼비> 中

소설 <두꺼비>를 통해 김유정과 박록주의 그런 관계를 집작할 수 있다. 박록주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자, 김유정은 실의에 빠져 고향인 춘천 실레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이산 저산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히 감싼 고향마을에서 김유정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고향에서도 김유정은 나이 많은 들병이들과 어울리며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눈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봄봄>, <솥>, <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등 12편의 작품이 고향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 김유정기념전시관

당시 박록주는 잘나가는 기생이었고, 김유정은 아직 소설이 빛을 발하지 못한 19살의 애송이었다.

박록주 입장에서는 '어디 촌에서 온 놈이!' 싶지 않았을까? 

사랑을 받아 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혈서까지 보냈다는데...

그렇게 할 정도로 미인은 아니지 않나? 

(지극히 제 기준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