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holm

첫경험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나의 유럽여행 첫인상은 스톡홀름이었다.

덕분에 이후에도 늘 가고 싶은 나라가 북유럽 안에 있어 왔다.

얼마 전 ‘여행에 미치다’님의 포스트를 통해서

내가 가본 곳이 마녀배달부 키키의 모델이 되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되며, 설레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의해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어 더욱 유명해진 ‘마녀배달부 키키’는 본래 일본작가 가도노 에이코(角野栄子, 1935.1.1~)의 동화책이 원작이다.

평범한 아빠와 마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가 마녀로 살아가기 위해, 13살 보름달이 밝은 밤 홀로서기에 나서며 동화가 시작된다. 빗자루를 잘 타는 키키는 바닷가에 위치한 고리코 마을에서 택배집을 열어 생활하게 된다.

눈을 크게 뜨고 배경을 샅샅이 뒤지며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198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26년전) 영화임에도 지금 봐도, 또 보아도, 재미있다. 반면, 최근에 개봉한 실사판 영화는 초반부를 조금 보다가 끌리지 않아서 그만 두었다.

영화를 보고 나선 반가운 마음에 스톡홀름에서의 사진을 돌려 보기 시작. 스톡홀름의 오랜 전망대 곤돌렌 (gondolen)에서 내려다 본 프레임 안에, 멀리나마 찍힌 시청사가 보였다. 비가 많이 내려 미끌미끌하던 돌바닥을 걷던 기억도 선명히 다가왔다.

 

톰보가 키키에게 말을 건 돌이 깔린 길과,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톰보를 구한 배경이 된 시계탑.

두 배경이 각각 스톡홀름 구시가지 감라스탄의 골목길과 시청사였다.

몇 가지 더 궁금한 점이 있어 서점에 가서 원작 (번역본)을 사다 읽었다. 책엔 구체적으로 스톡홀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키키가 눈을 들어 보니 아득히 먼 곳에 한 줄기 선이 빛나고 파란 하늘과 바다가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키키가 가리키는 마을 한복판의 키다리 시계탑은 마치 하늘에라도 오를 것처럼 높다랗게 솟아 있었습니다.

- p. 44 - 45  '마녀배달부 키키' (가노도 에이코 作) 中

바다를 끼고 시계탑이 예쁜 마을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 묘사에 '스톡홀름은 최적의 장소설정'이라며 감탄했다.

물론, 배경이 된 스톡홀름 시청사에는 시계탑이 없고 건물 외벽에 시계를 그려 넣은 것이다.

스톡홀름에 도착한 첫날엔 비가 굉장히 많이 내려, 5월임에도 감라스탄 구시가지를 걷는 내내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곤 다음날.

환상적으로 맑은 날씨를 만났다.

도시가 멀끔해졌다.

따뜻한 동화내용과 환상적인 풍경이 만나니, 영화는 책보다 그림이 풍성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리는 풍경은 '내 마음대로'가 통하기 때문에, 이를 영화 속 그림과 비교할 순 없다.

키키 & 지지와 스톡홀름 현대적 모습의 손그림을 합쳐 보았습니다.

 

스톡홀름, 나만의 비밀 정원

시티 컨퍼런스 센터

스톡홀름 시내는 색깔이 선명하여 마치 어린 시절에 갖고 놀던 적목쌓기 세계 같았다.

오래된 건물도 많이 남아 있어서 어디서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었다.

- p.86 잠깐 저기까지만,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作 | 권남희 옮김 | 이봄) 中

어린 시절 여동생과 브루마블이라는 게임을 즐겨 했다. 세계의 많은 도시 이름을 외울 수 있고,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드는, 신나는 게임이었다! 

당시 나에겐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진 ‘스톡홀름’이라는 도시명을 잊을 수 없는데, 그 도시에 진짜로 도착하여 시내를 걸으니 어린 시절이 생각나 미소가 지어졌다. 

도착한 날은 날이 흐려서 슬펐는데, 떠나는 날이 되니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맑아졌다.

거기에다, 일행으로부터 얻은 2시간 혼자만의 시간까지!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이상하게 끌리는 길을 만났는데,

그 길을 따라 끌리듯 들어가니, 

녹색이 싱그러운 정원이 있고,

우아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스톡홀름의 시티 컨퍼런스 센터 

(city conference center). 

그날은 일요일이어서, 컨퍼런스 센터에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것인지.

작은 인기척 조차 들리지 않았고,

나는 스톡홀름에서 나만의 비밀 정원을 가진 것 마냥. 

가슴이 벅차 올랐다.

스톡홀름의 스웨덴왕궁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화려하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와 너무나도 다른 문화 (왕실이 있고,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도 다르고)를 가진 곳으로의 여행이라서인지, 무엇을 봐도 눈길을 끌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