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의 진실 속 그곳] 오페라하우스 (opera house)

[피터 케리作] 휴가지의 진실 p.155 오페라하우스라든가 길 바로 아래에 있는 부두가 없다면 우리가 있는 곳을 그저 촌스럽고 따분한 장소라... 

- 오페라하우스 (opera house)

Bennelong Poin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

시드니에 오페라하우스가 없었다면... 그랬다면 그냥 그저그런 (심지어 수도도 아닌) 한 도시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 상상 속에서 오페라하우스의 위력이 느껴진다. 실제로 낮에 보면 지붕에 때가 타서 실망스럽다. 오페라하우스의 진정한 색은 밤에 발한다.

오페라하우스는 1957년 국제공모전에 당선된 덴마크의 건축가 이외른 우촌(Jørn Utzon)의 설계로 세워졌다. 보통 지붕이 조개모양에 비유되곤 하는데, 우촌은 실제로 까놓은 오렌지 껍질 모양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당시 건축기술로는 지붕의 구조라든지, 건축물을 올린 지면이라든 지,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시도 였다.

건설은 초기에 매우 난항을 겪었는데, 1966년에는 비용 초과 및 디자인 찬반논쟁 등의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우촌은 호주정부로부터 해고 당했고, 조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현재 세워진 오페라하우스는 다른 건축가들에 의해 (조금 미흡하게?) 완성된 것이고, 실내 장식 역시 우촌이 기획한 모습과는 다르게 완공되었다. 건설까지는 총 16년이 소요되었고, 비용은 예산에 비하여 10배를 초과했다고 한다.

우촌은 오페라하우스를 자신의 설계물이라 인정하지 않았고, 다시 호주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뉴스를 찾아보니 2003년 세계적인 건축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2008년 타계했다. 자신이 건축한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또 그것을 바라보며 열광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곁에 서 있어 보지 못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 서큘러쿼리 선착장 주변에서 바라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 깊은 밤 하버브릿지를 건너면서 내려다 본 오페라하우스

▶ 때가 탄 지붕

▶ 유람선에서 바라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맥쿼리 포인트 주변에서 바라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오페라하우스 건축의 대단한 점 하나 더. 

나는 (비록 서번트증후군은 아니지만... ) 한 번 본 건축물을 간단한 스케치로 그려낼 수 있는 데, 오페라하우스는 사진도 엄청 자주 보았고, 실제로도 보았고, 또 그것을 그린 많은 삽화들도 여러 차례 보았지만, 그것들이 눈 앞에 없으면, 머릿속의 윤곽만으로는 종이에 옮겨 낼 수 없다.

일단 어느 방향으로 그려내야 할 지 부터가 감이 안 잡힌다. 모든 면에서 바라본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니...

창을 끄고 다시 한 번 종이에 펜으로 스케치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