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리] 카레우동 (カレーうどん)

지난주 금요일 우연히 5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탈 기회가 있었는데,

종로3가에서 갈아타러 가던 도중, 작은 책방 ‘행복문고’를 발견했다.

마침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구매를 망설이고 있던 책이 있어,

바로 사서, 행복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만화가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단편집

5년전에 잊어버린 것

(마스다 미리 作)

초반 단편들에 묘사가 조금 야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지하철에서 서서 읽으면, 왠지 누군가 뒤에서 같이 읽고 있는 듯해서 움츠리게 된다.)

단편 한 편, 한 편 읽어나갈 수록 인간의 심리,

특히 여자의 심리를 잘난 체 하지 않는 문체로 담아내,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꽤나 많은 생각을 담아냈다 생각했다.

다른 단편도 재미있지만 나 역시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서,

꽤나 통쾌함을 느꼈던 단편 ‘버터쿠키 봉지.’

점심시간, 가격이 싼 카레식당에는 유리창 너머로 샐러리맨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진회색 양복이라서 전깃줄에 모여 앉은 비둘기들 같다.

남자와 여자. 평생 더 많은 카레라이스를 먹는 건 어느 쪽일까.

아마도 남자. 하지만 카레 우동은 여자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 p.153 단편 ‘버터쿠키 봉지’ 中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카레를 먹는 나와 남자친구의 저녁메뉴 패턴이 떠올라,

전체 에피소드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책을 덮으니 ‘카레우동’만 남았다.

퇴근 길에 카레우동집 '아비꼬'로 향했다.

역시 남친은 비프카레.

난 카레우동과 낫토를 올린 밥까지...

(많이도 먹었군.)